한국 마을에 온 듯… 인구 40%가 한국계 후손인 태평양의 섬 (영상)
2023-04-24 13:25
add remove print link
한국 역사가 깃든 티니안섬
한국인 후손들, BTS 아미로

인구 절반 가까이가 한국인의 핏줄을 가진 이국이 있다. 고려인들이 대대로 모여 사는 중앙아시아 한 귀퉁이나 조선족이 오랜 세월 터전을 잡은 중국 동북 3성의 한 시골이 아니다. 한국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망망대해의 섬이다. 어찌 된 사연일까.
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인 사이판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8km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외딴섬이 있다. 제주도의 10분의 1 크기인 미국령 티니안섬(Tinian Island)이다.
익숙지 않은 이름인 티니안은 사이판 못지않은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자랑하는 숨겨진 휴양지다. 하지만 여행객을 유혹하는 풍광 뒤에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이곳으로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일본제국주의가 최후의 발악을 하던 1944년 티니안에는 1만명이 넘는 일본군과 2700여명의 끌려온 조선인과 26명의 원주민 차모로인이 있었다고 한다. 패망한 일본군이 섬에서 후퇴하는 과정에서 조선인 수백명이 포화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조선인들은 차모로족의 사위가 돼 혼혈 자손들을 배출했다.

현재 인구 3500여명의 티니안에는 김 씨, 신 씨, 강 씨, 최 씨 성을 가진 한국계 후손들이 전체 주민의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조부나 증조부의 성을 따온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 속담을 실감케 하는 매운 고추 축제(핫 페퍼 페스티벌) 때는 우리의 DNA와 관련 있음을 알 수 있는 아이들이 차모로 전통춤을 추며 흥을 돋운다.

티니안 여인들의 생활력이 강한 것은 북마리아제도(사이판, 티니안을 포함해 괌 북쪽에 일렬로 늘어선 섬들)내에서도 유명하다. 아마 생면부지의 한국 할머니를 닮아서였을 것이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강제 징용됐던 어르신의 증손들은 이제 방탄소년단(BTS)의 팬, 아미가 됐다.

사이판과 티니안은 연륙교를 충분히 놓을 수 있는 거리다. 두 섬의 폭은 신안군 천사대교의 절반 수준인데, 소수 탑승의 값비싼 경비행기로만 연결된다.
티니안섬 입도를 불편하게 한 것은 일본의 견제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구촌 관광객들이 티니안에 가는 것을 꺼려할 것이다. 자신들이 감추고 싶은 죄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티니안의 중심지 산호세 마을 북쪽에는 티니안에서 한인 유골을 발굴한 뒤로 민간단체가 세운 ‘평화기원한국인위령비’가 서 있다. 이 한국인 위령비는 티니안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장소다.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77년 12월에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