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가 쏘아올린 연예인 더빙 논란... 좋은 사례도 있다 (7인)
2023-05-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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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다니엘이 '인어공주' 에리얼?
연예인 더빙 논란, 나쁘기만 할까?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 개봉을 앞두고 한국판 더빙 캐스트와 예고편이 일부 공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입증한 정상훈, 정영주의 캐스트가 공개됐을 때 대중은 환호했다. 그런데 주인공 에리얼의 목소리를 뉴진스의 다니엘이 연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다니엘은 한국과 호주의 이중국적자이지만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말할 때 유창한 편이다. 그런 그가 어린이도 다수 시청하는 디즈니 영화의 한국어 버전 주인공을 맡으면서 연기력과 가창력은 둘째치더라도 대사 전달력이 좋을 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혹은 해외 영화의 한국어 더빙을 전문 성우가 아닌 비전문 성우인 배우나 가수가 맡아 연기한 사례들은 2010년대 초반부터 활발하게 나타났다. 일명 '스타 마케팅'이었다. 화제성 높은 인기 아이돌 멤버가 더빙을 맡으면 초반부터 관객들이 캐릭터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아이돌 팬덤 덕에 어느 정도 흥행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있다.
아이돌 멤버가 더빙에 참여한 사례는 여럿 있다. '슈퍼배드'(2010)엔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이, '알파 앤 오메가'(2011)엔 카라 규리와 슈퍼주니어 신동이, '노미오와 줄리엣'(2011)엔 티아라 지연이, '홍길동 2084'(2011)엔 유키스 동호가, '마당을 나온 암탉'(2011)엔 아이유가 참여했다.
이순재와 같은 대배우도 처음 애니메이션 더빙을 맡았을 때 "호흡 방식이 달라 어려움이 있었다"라는 인터뷰를 남긴 바 있다. 이처럼 비성우의 더빙은 연기 경력과 상관 없이 또 다른 도전의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예인이 더빙에 참여하면 한층 친근하게 영화에 다가갈 수 있다. 팬덤 관심을 선점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다만 성우만큼 연기를 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몇 해가 지났음에도 연예인 더빙의 실패 사례로 소환된다.
더빙판에서 타키 목소리는 지창욱이, 마츠하 목소리는 김소현이 연기했다. 문제는 극 중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타키와 지창욱의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점이다. 지창욱과 김소현이 전문 성우 특유의 '쪼'와 연기력이 없이 너무 메마른 연기를 보여줬다는 게 지적도 제기됐다.
연예인이 더빙에 참여하면 작품 흥행이나 화제성에서 먹고 들어갈 수 있지만 감정선, 발성 등 부분에선 아쉬운 부분이 생길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연예인 더빙의 좋은 예시로 불리는 사례도 있다. 유튜브 채널 '매드무비'가 뽑은 '연예인 더빙의 좋은 예시' 중 7명을 자체적으로 꼽아봤다.
1. 정준하 - '주먹왕 랄프'(2012)
정준하는 201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주먹왕 랄프'에서 랄프 역을 맡아 관객들을 만났다. 엄연히 디즈니의 더빙 오디션을 거쳐 발탁됐다는 말도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 영화를 본 네티즌은 "정준하 때문에 주먹왕 랄프 1만 본다", "연예인 더빙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 이순재 - '업'(2009)
2009년 개봉한 영화 '업'에서 이순재는 주인공 칼 프레드릭슨의 목소리를 맡았다. 까칠하고 심술궂은 전형적 외골수 노인이지만, 한없이 깊은 속정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그의 더빙 버전이 공개됐을 당시에도 "역대 최고의 수준", "다시 봐도 레전드", "이순재 선생님의 더빙은 신의 한 수" 등의 반응을 끌어냈다.
3. 김수로 - '메가마인드'(2011)
애니메이션 영화 '메가마인드'에서 주인공 메가마인드 역을 맡은 김수로도 관객뿐 아니라 관계자들의 극찬과 호평을 받았다. 특히 김수로는 '메가마인드'에서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했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역사상 당시 해당 영화는 가장 대사량이 많은 캐릭터였다고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냈다.
4. 이종혁 - '가디언즈'(2012)
이종혁은 애니메이션 영화 '가디언즈'에서 악몽을 꾸게 하는 피치의 목소리를 열연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로부터 손볼 부분 없이 캐릭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목소리라는 극찬을 들었다. 당시 이종혁은 "할리우드에서는 섹시한 배우 주드 로가 목소리를 맡은 캐릭터다. 의외로 제 목소리도 섹시하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5. 태연, 서현 - '슈퍼배드'(2010)
소녀시대 멤버들도 더빙 연기에 도전해 호평을 얻었다. 2010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배드'에서 태연은 똘똘한 맏언니 마고를, 서현은 개구쟁이 둘째 에디스를 맡아 목소리를 연기했다. 태연은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상과 목소리의 타이밍 맞추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라고 고충을 털어놨지만 당시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목소리 연기였다는 평을 들었다.
6. 이하늬 - '달빛궁궐'(2016)
배우 이하늬는 애니메이션 영화 '달빛궁궐'에서 악역 매화부인의 목소리를 맡았다. 그는 당시 '달빛궁궐' 언론시사회에서 "과장된 표현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에너지를 팽창하는 것에 집중했다. 애니메이션은 순간 집중력이 필요하고 상황 안에 몰입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인 것 같다. 일반 연기를 할 때보다 더 부담이 됐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이하늬도 여전히 레전드 더빙 연기로 꼽히고 있다.
7. 김슬기 - '달빛궁궐'(2016)
이하늬와 같은 작품에서 사람이 아닌 다람쥐 다람이의 목소리를 열연했다. 첫 더빙 연기 도전이었던 김슬기는 "동물 역할을 맡아 더 좋았다. 동물 역할이다 보니 여자나 남자가 아닌 중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김슬기의 더빙도 전문 성우에 버금가는 연기라는 평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