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한국인들이 유독 잘 믿는 일상 속 '미신'
2023-05-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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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는 없지만 신경 쓰이는 미신
사람들이 믿는 일상 속 미신 종류
미신(迷信)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가지는 일.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현상이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 탓에 나도 모르게 따르고 있는 미신. 유난히 한국에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치킨 날개를 먹으면 바람이 나고, 연인에게 신발을 선물하면 헤어진다거나 중요한 시험을 치르기 전엔 머리를 감고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는 둥 별의별 게 다 있다. 이것들을 다 지키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어야 할 정도다.
물론 모두가 이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때때로 삶에 걸림돌이 되는 이런 미신을 사람들은 근거도 없는데 왜 믿는 걸까?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한 방송에서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 때문에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다고 했다. 통제나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오는 불안감을 달래려고 출처는 불분명함에도 미신에나마 마음을 의존한다는 거다.
지켜야 할 규범과 규칙이 많은 세상에 어쩌면 조금 더 피곤해지는 길을 택하고 있는 우리. 증명된 사실은 아닐지라도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위로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만은 맞는 거 같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꽤 굳게(?) 믿는 일상 속 미신들을 살펴봤다.

1.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안 된다.
어린 시절, 빨간색 볼펜이나 색연필을 쓰다가도 이름을 적을 때면 검은색으로 바꿔 든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미신 때문이다.
생명·사랑·열정의 의미를 담는 빨간색은 사랑을 표시하는 하트를 그릴 때나 다양한 국기에도 주로 사용되는 색인데 유독 이름을 쓸 땐 엄격하게 금기시된다.
명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피와 색이 같아 불길한 기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온 미신이란 설(說)이 유력하다. 6·25 전쟁 이후 전사자를 표기할 때 이름에 빨간색 줄을 긋고, 전사자 통보서에 빨간색으로 이름을 쓴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2. 밤에 휘파람 또는 피리를 불면 안 된다.
밤에 휘파람을 불거나 리코더·단소 등 피리를 불었다가 부모님께 혼쭐이 난 경험이 있다면, 이 말을 기억할 거다.
'밤에 휘파람 불면 뱀 나온다' 혹은 '밤에 피리 불면 귀신 나온다' 등이다.
과거 SBS 'TV 동물농장' 측은 실제로 뱀이 피리 소리에 반응하는지를 실험했는데, 당황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동물원 뱀을 한데 모아두고 리코더를 연주해 봤으나, 뱀들은 미동조차 없었다. 오히려 대파를 물고 피리인 양 연주하는 척을 했더니 뱀이 움직였다.
늦은 시각 이웃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한 어른들이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뱀'과 '귀신'을 활용해 지어낸 얘기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3. 시험 전에는 미역국·죽을 먹으면 안 된다.
생일과 시험 날이 하필 겹치면 너무도 억울하다. 아침 밥상에서 미역국이 쏙 빠지기 때문이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진다는 이유로 이 미신은 국룰(?)이 된 지 오래다. ('시험을 죽 쑨다'는 뜻에서 죽도 같은 신세)
심지어 이 미신에 심취한 나머지 "면접 당일 아침에 생신인 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여 속상했다"는 사람도 나올 정도니, 어지간히 지독한 믿음이다.
그러나 이런 미신과 달리 미역은 오히려 심신 안정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수험생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역의 헤파린 성분은 피를 맑게 해 혈액순환을 돕고,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4.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피운다.
닭 요리를 먹을 때 각자 선호하는 부위가 있을 거다. 촉촉한 닭 다리 혹은 기름기가 적은 닭가슴살?
만일 누군가 '날개'를 좋아한다고 하면, 꼭 주위에서 한마디씩을 거든다.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을 피운다'는 식의 얘기다.
닭 날개와 바람의 상관관계는 물론 없지만, 아마도 날개에 담긴 '날아간다'는 의미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날아간다는 속설이 생긴 걸로 보인다.
닭 날개에 콜라겐(콜라젠) 성분이 많이 함유돼 이런 말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콜라겐이 많이 함유된 식품이 피부 탄력,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는 만큼 닭 날개를 먹고 외모가 훌륭(?)해져 인기가 많아질지 모른다는 뜻에서다.

5. 밤에는 손·발톱을 깎으면 안 된다.
어릴 때부터 익히 들은 미신 중에 '밤에 손톱이나 발톱을 깎으면 귀신이 나온다'는 것도 있다.
옛날 사람들은 신체 일부인 손톱에도 사람의 영혼이 깃든다고 믿었는데, 밤에 이걸 깎으면 귀신이 이 손톱을 찾으러 온다고 여겼다고 한다.
사실 어두운 곳에서 자르다가 여기저기 튄 손톱을 제대로 치우지 않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다.
또 손톱깎이가 없던 과거엔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손톱을 정리했는데, 어두울 땐 위험하기 때문에 되도록 낮에 다듬을 수 있게 하려고 지어낸 얘기란 말도 있다.

이외에도 여러 미신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이(?) 믿는 것은 △재수 없는 사람이 왔다 가면 소금을 뿌린다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는다 △나비 날개를 만지면 실명한다 △문지방을 밟으면 복이 달아난다 △숫자 4는 불길하다 △연인과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 △버섯을 구우면 나오는 국물이 영양가가 있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