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다 갉아먹을 수도” 서울 강남에서 악성 해충 추정 '흰개미 떼' 발견

2023-05-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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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적 없던 흰개미 떼 출현
주로 열대지방에서 서식하던 마른나무흰개미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가정집에서 국내에서 발견된 적 없던 흰개미가 떼로 발견됐다는 주장이 주목받았다.

마른나무흰개미과로 추정되고 있는 종 / 이하 디시인사이드 '곤충갤러리'
마른나무흰개미과로 추정되고 있는 종 / 이하 디시인사이드 '곤충갤러리'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곤충갤러리'에는 "초면인데 이분은 누구시죠?"라며 사진이 여러 장 게재됐다. 이 사진과 함께 글쓴이는 "창문 열고 잤더니 집에 수십 마리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올린 사진에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날개를 가진 곤충이 담겨 있다. 이어서 날개 없는 상태의 곤충도 있다면서 또 다른 게시물에 사진이 올라왔다.

날개가 없는 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된 종
날개가 없는 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된 종

사진을 본 대부분의 곤충갤러리 이용자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글쓴이가 올린 사진 속 곤충이 국내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외래 악성 해충 흰개미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번식 못 하도록 막아야 하고, 확실한 박멸을 위해서는 환경부에 신고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자신을 응용곤충학 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자신의 개인 핸드폰 번호까지 밝히면서 사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부산대학교 생명환경화학과 박현철 교수는 기후 위기 관련 소식을 전하는 뉴스 매체 '뉴스펭귄'에 해당 사진 속 곤충이 네티즌이 추정한 대로 '마른나무흰개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 세계 해충 3위 안에 드는 해충이다.

박 교수는 "날개 달고 나온 것이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샘플을 수집해 유전체를 비교하고 동정해 봐야 알겠지만, 외국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사진상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에 속한 3종(△Marginitermes △Cryptotermes △Incisitermes) 중 하나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흰개미는 국내에 서식하지 않던 종으로, 한국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십 마리를 눈으로 확인했다면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이미 안정적인 군집을 이룬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발견된 개체는 군집의 10%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 교수는 "침입 경로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목재를 수입하는 과정에 들어왔을 수 있다"라며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발견된 게 충격적이다. 열대지방에 사는 종이라 한국에서 발견되더라도 부산이나 아래 지방에서 우선 발견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전했다.

기사 내용 참고용 자료 사진 / ParabolStudio-Shutterstock.com
기사 내용 참고용 자료 사진 / ParabolStudio-Shutterstock.com

박 교수는 이런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건 지구온난화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 전역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과거 열대지방에 사는 곤충이 서식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되는 종은 빠르게 박멸할 필요가 있다. 수분이 있는 나무뿐 아니라 수분이 없는 마른 목재까지 갉아 먹어 국내의 한옥 등을 비롯한 주요 문화재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사진을 처음 게재한 글쓴이는 환경부에 신고한 상태다. 환경부는 18일 현장에서 샘플을 수집해 방제조치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