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가산점? 우리는 그런 거 없어요"
2012-09-20 09:08
add remove print link
공고생들의 꿈을 키우는 강소(强小)기업 - (주)미래테크 [박희천 대표
공고생들의 꿈을 키우는 강소(强小)기업 - (주)미래테크
"오즐~!" 아침 인사로 시작해 "오수~!" 퇴근 인사로 하루 일과를 끝내는 사람들.
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에 위치한 (주)미래테크 사원들입니다. 무슨 뜻이냐 물었더니, "오늘도 즐거운 하루...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라네요.
2008년 3월에 설립, 대형풍력발전기용 타워플랜지와 소형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종업원 27명으로 올해에 약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입니다. 외부 에너지 없이 풍력으로 시간당 600W, 태양광으로 200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소형 풍력발전기를 개발해 화제가 된 소문난 강소(强小) 기업이기도 하답니다.
27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기업인데,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창출 모범기업으로 선정됐다니,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요?
"회사 인사규정에서 아예 학력, 성별, 나이와 같은 3가지 분류 항목을 없앴죠. 오로지 '능력'만이 승진 평가기준입니다. 그래서 '3무-1유' 원칙이라 부릅니다. 정부(고용노동부)에서도 고용평등 정책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데, 사실 현장에서는 적용하는 데 특별한 사고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강중인 박희천 대표 모습]
이 회사 박희천(51) 대표이사의 말입니다. 공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한국해양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까지 딴 박 대표는 공고 졸업반 때 선반 가공업체에 현장실습 나갔던 경험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사장의 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없었어요. 순간, 공고생들의 암담한 앞날을 보았죠. 취업을 포기하고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게 된 동기였어요. 그 때, 공고생이나 고졸자들이 행복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기업은 없을까 오래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퇴근길의 미래테크 임직원들 모습]
몇 년 전, 박 대표는 6개월간의 작업일보(일일 실적보고)를 토대로 고졸사원과 대졸사원들의 생산실적과 업무실적을 비교 분석한 적이 있었다는데요.
"학력과 실적은 무관하다는 결론을 얻었죠. 물론 나이와도 무관하고, 오직 개개인 의 열성과 자기계발이 회사발전을 이끈다는 사실을 그 때 확실히 알게되었습니다"
지금의 강소기업 (주)미래테크는 바로 이러한 박 대표의 밑바닥 체험에서 시작돼 과학적 경영을 통해 완성된 일종의 '신념 프로젝트'였답니다. 현재 생산부서의 90%가 고졸 사원, 전체 종업원의 1/2 정도가 고졸 출신입니다. 기술집약적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고졸 비율입니다.
박 대표는 공고생들 중 가능성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일을 비즈니스의 중요한 포인트로 여기고 있다는 군요. 공고에 나가 특강을 하고, 직접 대화도 나누면서 '꿈'이 있는 청년이 보이면 가족을 만든다는데요.
'오즐~' 문화에 대해 들어 보았습니다.
"처음엔 나이 어린 직원이 사장에게 '오즐하세요'라길래 '하세요'는 빼라고 했죠. 즐겁자고 줄여서 만든 신세대 인사말이니까요. '오즐' 한 마디로 회사가 밝아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두 글자 안에 우리만의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기업보다 화기애애하고, 사장과 직원들이 족구장에서 만나 정을 쌓는 회사. 이 회사도 창업 초기에는 인력난과 이직률, 조직문화 부재로 갖은 어려움을 겪었답니다. 창업 1년차였던 2009년에는 여러 차례나 고용지원센터에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러 갔다가 번번이 퇴자를 맞았다는 군요. 단지 회사 위치가 외지다는 이유였답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장은 일자리 찾아 남의 나라까지 온 저들에게 노동력을 구걸하는 신세라는 현실이 가슴 아프더군요"
그 때부터 박 대표는 자신처럼 공고를 졸업한 후진들에게 눈을 돌렸고, 정말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답니다.

[봉사활동 모습]
학력, 성별, 장애 등의 고용 및 인사 상 장벽을 제거하는 데 중소기업이 앞장 서야 하고, 정부도 중소기업 고용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박 대표는 힘주어 말합니다.
"사실 대기업이나 관공서에서 고졸 직원들을 뽑았다고 자랑하지만, 결코 바람직하다고만은 보지 않습니다. 그러잖아도 대졸자 비율이 높고, 고학력 실직자들이 흔한 현실에서 대졸자를 선발할 여건이 충분히 되는 곳에서조차 고졸자들을 다 뽑아 가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엔 안 그래도 귀한 고졸자 가뭄을 겪게 됩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는 격'이란 비유를 드는 박 대표는 앞으로 중소기업들의 고졸 고용정책을 집중 지원하는 제도와 프로그램이 보다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