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쥐어 주면서 여직원에게 BJ 해보라는 중소기업 사장
2023-06-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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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여직원 자리, 핑크 의자로 교체”
누리꾼 “별풍선은 사장이 다 먹을 거면서”

한 중소기업이 여직원에게 단지 이쁘다는 이유로 신제품을 홍보하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이하 BJ) 역할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여직원의 의사에 반해 고유 업무를 벗어난 일을 떠넘긴 것도 문제지만 방송 진행 대가도 껌값 수준이어서 누리꾼들은 '노예 계약'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같은 내용의 제보 글이 올라왔다.

중소기업 직원인 A씨는 "최근 회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해 홈페이지에 홍보하는데, Q&A나 문의 사항 등 고객 소통 포스터를 만들면서 모델을 안 쓴다"며 "모델 부르는 것도 돈이고 한번 촬영해서 사진 쓰고 말 건데 사장이 돈 아까워하기 때문이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경리 여직원이 사내에서 제일 젊고 이쁘게 생겼으니 사장이 '너가 포스터 모델 해라"고 통보했다"며 "사장이 집에서 굴러다니던 디카(디지털카메라) 가져와서는 여직원을 포즈 잡게 하고 사진 몇 장을 찍더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어 "그런 뒤 사장이 여직원에게 '포샵(포토샵) 할 줄 알지?. 너 사진 넣고 포스터 만들어 봐'라고 얘기하자, 경리는 수줍은 척 웃으면서 '네"라고 답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관련 팀에서 '홈페이지에 유튜브 생방 송출처럼 실시간 고객 소통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판은 커지게 됐다.
"중소기업에서 그딴 거 해봐야 몇 명이나 보느냐"라는 일부 직원들의 푸념은 뭉개지고 일은 일사천리로 후다닥 진행됐다.
졸지에 '빼박캔트(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 인터넷 신조어)' 신세가 된 여직원이 "그런 거까지 하느냐. 이건 좀"이라고 울상을 짓자, 사장은 회심(?)의 카드를 내밀었다.

지갑에서 5만원권 지폐 2장을 꺼내더니 여직원에게 "회사 위해서 한번 해봐. 당신이 모델이야 모델! 이런 기회가 어디 있어. 젊을 때 기회 줄 때 해봐"라고 독려했다.
이후 여직원 자리는 여자 BJ들이 쓰는 핑크 의자로 교체됐고, 자리 주변엔 쓸데없는 인형 몇 개가 배치됐다.
A씨는 "X소(중소기업을 비하하는 표현)는 X소 답다"며 "조만간 듣보잡 회사에서 무명 여직원이 제품 방송, 고객 소통 방송하면 우리 회사다"며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얼굴 팔리는 게 얼마나 큰일인데", "10만원에 퉁치고 일단 해보라네", "별풍선은 사장이 다 먹을 거 아니냐", "무슨 제품인지 궁금하네", "경리, 전격 아프리카 BJ로 전직" 등 조롱성 댓글을 쏟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