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시신 발견…타살 아닌 '극단적 선택' 결론
2023-06-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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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예수 처형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사건 현장
스스로 목재소에서 나무 구입…사망 직전 종교에 심취해 있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문경 십자가 사건을 재조명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문경 십자가 사건에 대해 다뤘다.


사건은 지난 201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상북도 문경의 한 마을에서 "둔덕산 꼭대기에 철사에 묶인 시신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들은 한 지역 신문사 기자가 경찰을 찾아가 진위 여부를 확인했고 양손과 발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묶인 시신 사진을 보게 됐다.
사건 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시신은 십자가 위에서 처형 당한 예수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머리에 쓴 가시 면류관, 옆구리에 남은 자상, 그 앞에 널브러진 채찍까지 성경 속 예수의 처형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채 전시돼 있었다.
당시 검안의는 "문경 십자가 사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없을 사건"이라며 "긴급 호출을 받고 사건 현장으로 갔는데 화려한 각본 같았다. 현장 자체도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된 살인이었음을 짐작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 판단은 달랐다. 경찰이 현장 근처에 있던 차량을 조회한 결과 시신의 신원은 창원에 사는 58세의 택시 기사 김모 씨였다. 이후 경찰은 김 씨가 사망 직전 한 목재소에서 나무를 사간 정황 등을 포착, 단독 극단적 선택 사건으로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 씨는 사망하기 전 개인 택시를 팔고 집을 정리해 현장에 있던 차량을 구매했다. 이후 텐트를 구입해 문경으로 왔고 5일간 마을을 돌며 여러 도구를 혼자 사러 다닌 정황이 CCTV에 포착됐다.
특히 경찰은 김 씨가 직접 제작한 십자가 설계도를 단독 극단적 선택의 중요 단서로 꼽았다. 이 설계도에는 못을 박을 순서와 시간까지 적혀 있었다. 이 설계도에 적힌 필체를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김 씨의 필체로 확인됐다.
국과수와 경찰은 직접 해당 과정을 시현해 혼자서도 양손과 발에 못을 박는 게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다만 방송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인 채석장을 김 씨에게 소개해 준 최초 목격자 주모 씨가 인터뷰를 거절해 의문을 더했다.
김 씨 유족들에 의하면 당시 김 씨는 종교에 심취해 혼자서 성경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 신학과 교수는 "스스로를 예수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로 인해 부활을 꿈꿨을 것. 자신의 부활을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주 씨는 전직 목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