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인 줄 알았는데… 경북 영주서 발견된 동물 발자국의 허탈한 정체

2023-06-26 15:37

add remove print link

“표범 발자국이다” 신고… 현장에 출동한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가 내린 결론

1962년 경남 합천군 오도산 정상 부근에서 생포된 수컷 한국표범. 창경원으로 옮겨져 살다가 1974년 죽었다. / 서울동물원 제공
1962년 경남 합천군 오도산 정상 부근에서 생포된 수컷 한국표범. 창경원으로 옮겨져 살다가 1974년 죽었다. / 서울동물원 제공

경북 영주시의 한 밭에서 발견된 동물 발자국은 표범이 아니라 개가 남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영주시의 한 주민이 지난 24일 오후 9시 45분쯤 "표범이 마당 앞까지 내려왔다. 발자국이 보인다"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26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고자인 50대 여성은 사흘 전 영주시 상망동 영광고등학교 맞은편인 자기 집 뒤에 있는 밭에서 대상을 알 수 없는 발자국을 확인했으며, "야생동물보호협회에 확인해보니 표범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영주시 환경보호과가 현장에서 찍은 발자국의 크기는 15㎝가량이고,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의 거리는 약 80㎝다.

지난 24일 경북 영주시 한 밭에 표범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여러 개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은 영주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에서 촬영한 표범 추정체의 발자국. / 이하 사진=경북 영주시 제공
지난 24일 경북 영주시 한 밭에 표범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여러 개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은 영주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에서 촬영한 표범 추정체의 발자국. / 이하 사진=경북 영주시 제공

대충 보기에 발자국 생김새가 고양잇과 동물의 그것과 비슷하다. 다만 발자국 사진만으로는 표범의 것인지 개의 것인지 속단하기 어렵단 말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왔다. 발자국에서 발톱 부위처럼 뾰족하게 부분이 눈에 띈다는 이유에서다. 고양잇과 동물의 발자국에선 발톱 부위가 찍힌 자국을 발견할 수 없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위가 발톱이 찍힌 것이라면 표범이 아니라 개의 발자국일 수 있다.

누리꾼들 예측이 들어맞았다. 26일 동물 발자국을 조사한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가 "개나 너구리 등 갯과 동물 발자국으로 추정된다"라면서 "표범과 같은 고양잇과 동물 발자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서 연구사는 발자국이 좌우대칭인 점, 모든 발자국에 발톱 자국이 보이는 점으로 미뤄 갯과 동물 발자국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 발자국이 좌우 대칭을 이루는 데 반해 고양잇과 동물의 발자국은 비대칭이다.

한국에서 표범은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작정 멸종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표범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다.

포커스 경북에 따르면 경북 울진군에선 표범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잇따라 발견됐다. 2020년 7월 4월 울진군의 한 산속 마을 농경지에서 정체불명의 동물이 남긴 12cm 크기 발자국이 발견됐다. 그런데 이어 앞서 2015년 1월 27일 몸길이가 약 1m 안팎인 고라니 사체가 울진군 야산의 소나무 위(높이 약 1.5m)에 걸려 있는 채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라니 사체를 발견한 주민이 산행 중 소나무에 걸려 있는 고라니 사체를 발견하고 사진으로 찍었는데, 포커스 경북에 5년 만에 사진을 제보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사진은 표범이 먹이를 나무 위로 가지고 올라가 먹는다는 사실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포커스 경북은 제보자가 고라니 사체를 발견한 그해 1월과 이듬해 1월, 2018년 12월, 2020년 3월 표범으로 추정되는 동물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대형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특히 매체는 제보자가 새끼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작은 발자국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제보자는 달아나는 고라니가 남긴 발자국, 이 고라니를 쫓는 대형 동물이 남긴 발자국도 발견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