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하마에 물려 죽은 동물원 사육사
2023-08-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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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와 달리 하마도 맹수였다
무는 힘 세 걸리면 뼈도 못 추려
최근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하마가 배를 뒤집어 23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와 관련해 하마의 포악성이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거 국내 동물원에서 길러지던 하마에게 물려 죽은 사육사 사건이 소환됐다. 흔히 호랑이, 사자, 곰 등 대형 육식동물이 인간을 습격하는 것으로 인식된 터라 초식동물인 하마의 반란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불렀다.

지난 3월 작고한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연작소설 '하마에게 물리다'(1985)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감명 깊게 읽은 책' 중 하나로 꼽은 작품이다.
1970년대 극좌 운동권 내부의 집단 린치 살인으로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연합적군 사건을 모티프로, 말단 조직원이었던 청년의 인생을 통해 '상처와 회복'이란 주제를 형상화했다.
청년은 출소 후 홀로 우간다에 갔다가 하마에게 물어 뜯기는 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그는 기어이 고통과 고립을 극복하고 죽은 동료의 여동생과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아 기르며 공존의 삶으로 나아간다. 오에는 청년에게 '하마의 용사'란 별명을 붙이고, 왕성한 생명력으로 물길을 틔워 홍수를 막고 생태계와 조화하는 하마의 이미지를 투영했다.
소설 속 청년은 용케 살아남았지만, 현실에서 하마의 공격을 받는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쉽지 않다.

육중한 몸에 가마솥보다 큰 얼굴을 가진 하마는 온순한 생김새와 달리 매우 거칠고 사나워 아프리카에서 사자보다 무서운 맹수로 알려져 있다. 악어를 순식간에 두 토막 내고 바다에서 강으로 유입된 상어를 잡아먹기도 한다.
심지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는데 아프리카에선 매년 500명쯤 하마에게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 사육사가 하마에 물려 희생되는 안타까운 참극이 있었다.
전두환 신군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직후인 1980년 7월 1일 부산시 동래구 동래동물원에서 하마 우리 안에 청소하러 들어갔던 사육사 김 모씨(27)가 12년생 수컷 하마에게 옆구리와 양쪽 어깨·허리·허벅지 등 온몸을 물려 숨졌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관람객들에 따르면 사육사 김 씨가 하마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하마가 달려들어 온몸을 물었고 김 씨의 동료가 급히 달려가 실신한 김 씨를 구출했지만 숨진 뒤였다.
흥미로운 건 살인 하마에 내린 처벌.
동물원 측은 이 하마에게 금식령을 내리고 숨진 김 씨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계속 굶기기로 했다. 숨진 사육사에 대한 '애도와 징계의 뜻'으로 하마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우리 속에 가두기로 한 것.
그러나 하루에 감자·옥수수 등 50∼70kg을 두 끼로 나눠 먹어온 하마는 당장 허기를 이기지 못해 우리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고 한다.
이에 일부 동몰 애호가들은 '지능지수가 동물 중에서 극히 낮은 하마에 대한 이 같은 처사는 가혹한 것'이라고 못마땅해 했다고 전해진다.

몸무게가 1t이 넘고 아프리카 초원 지대를 돌아다니며 하루에 50㎏에 이르는 식물을 먹는 하마를 굶기는 건 치명적인 고문으로 매우 위험한 제재 수단이기도 하다.
2009년에는 우간다 머치슨폴국립공원에서 배고픔에 지친 하마가 성난 황소처럼 무작정 행인을 공격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마의 최대 속력은 30마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 우사인 볼트의 시속 29마일보다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