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모기도 실종… 실제로 한국인들 목숨이 위태로웠다는 '전설의 폭염'
2023-07-3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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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폭염으로 4526명 온열질환자·48명 사망
“2018년도 당시 엄청 더워서 모기가 없을 정도”
말 그대로 ‘살인 더위’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31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에만 총 12명이 온열질환(추정)으로 사망했다. 이처럼 더위 상황이 심각하지만 일부 누리꾼 사이에선 이 정도 더위라면 그나마 버틸 만하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18년 폭염과 비교하면 요즘 더위는 ‘애교’라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2018년 여름, 우리나라 폭염 역사가 새로 작성됐다. 오호츠크해 기단이 확장해 일본 규슈와 혼슈 서부지역까지 밀려난 장마전선이 태풍 쁘라삐룬이 밀어 올린 수증기와 만나 일본 서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우리나라 주변으로 중국에서 강하게 발달한 덥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장마전선이 빠르게 북상해 만주 지방까지 올라갔다. 열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 상공에 강한 열대류 현상이 자리 잡아 무더운 날씨가 지속됐다.
7월 말에는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폭염을 식혀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볕더위를 부채질했다. 동풍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 현상'으로 서쪽에서 더욱 뜨거워져 서울과 영서 지방 기온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2018년 같은 극한 폭염이 어쩌다 찾아오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일상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기상학회 연례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 연구과장은 "몇 년 안에 2018년 수준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역시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금 날씨 진짜 더워도 버텨지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포모스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2018년 폭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때 정말 목숨이 위태로웠다"며 "2018년을 기점으로 그나마 에어컨 안 달고 버티던 집도 대부분 (에어컨)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누리꾼들은 "진짜 2018년도 엄청 더웠다. 너무 더워서 모기가 없을 정도였으면 말 다 했지", "인정! 에어컨 안 쓰던 집들 다 설치했다", "저 때 진짜 밖에서 근무하는 분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집도 에어컨 없이 살다가 저 당시에 사서 달았었는데, 선풍기로 버티다가 저 때는 안 되겠는지 부모님이 바로 에어컨 사서 달았었음", "진짜 2018년도 기억도 하기 싫을 정도로 더웠다", "더위의 기준이 18년이 됐었다", "저 때도 더위 시작이 8월 1일이잖아? 올해도 이제 시작됐다" 등 반응을 보였다.
2018년 8월 1일, 서울은 39.6℃, 강원 홍천군은 41.0℃라는 기상 관측 이래 역대 공식 최고기온을 기록하면서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다. 폭염은 단연 2018년 폭염이 최고였다.

2018년 폭염일수는 31.5일로 기록됐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폭염일수는 1년 중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다.
당시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폭염을 위한 조건이 여럿 있는데, (2018년) 올해는 모든 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기록적인 폭염 이유를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이 감시체계를 운영한 2011년 이후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2018년을 꼽았다. 그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역대 최고 수준인 4526명의 환자가 나왔고 48명이 사망했다.
기상청은 지난 30일 수시브리핑에서 "당분간 덥고 습한 아열대고기압 영향권에 들겠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기상청은 31일과 8월 1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7도, 낮 최고기온은 30~35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8월 2일부터 9일까지도 아침과 낮 기온이 각각 23~27도와 30~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박정민 예보분석관은 "당분간 전국에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8월 9일 이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매체에 전했다.

질병청은 자주 샤워하고 물을 마셔 체온을 내리고,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심뇌혈관 질환자, 저·고혈압 환자, 당뇨병 환자, 신장질환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보다 체온이 높은 임신부는 온열질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