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사태에 재조명되고 있는 글…“자폐 형이 죽었는데 해방감부터 들었다”
2023-08-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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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폐 가족의 현실' 글
주호민, 자폐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특수교사 A씨 고소

주호민 웹툰 작가가 자폐스펙트럼 아들의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폐 가족의 현실'이라는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각종 SNS 채널에 '중증 자폐 가족의 현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 당시 자폐 형을 둔 네티즌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글쓴이는 "아버지는 중소기업 과장이고 어머니는 공장에서 주임을 맡고 있었다. 애 둘을 키우기엔 벅찼지만 그래도 나름 키울만했다고 한다"며 "형은 나보다 2살 위였다. 처음엔 말이 느리고 애들이랑 소통을 못해서 좀 느린 아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4살 때 받은 게 바로 자폐스펙트럼 1급 판정이다. 자폐 1급이 태어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난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풍비박산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둥뿌리가 가루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6살 때 부모님이 기껏 마련한 서울 강서구 집에서 대출이 끝나기도 전에 쫓겨났다. 그 뒤로 이사를 더 다녔는데 답은 시골밖에 없었다. 보통 자폐 치료비가 200~250만 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형이 부수고 다니는 거 물어주는 돈까지 더하면 두 세배는 더 나올 거다. 그래서 시골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형이 병원에 가는 날에는 온 가족이 봉고차에 타서 아버지는 운전하고 나랑 어머니는 형 옆에서 수감하듯 데려가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일 화나는 건 병원이다. 병원에서는 형이 배우는 게 느려서 항상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거나 부모가 인내심을 기르면 호전될 수 있다고 희망고문을 한다. 근데 그걸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병원에서 말하는 호전된다는 것은 혼자 밥을 먹고 편의점을 가는 게 아니라 부르면 대답을 할 수 있는 레벨을 말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 형은 그걸 15살 때 해냈다"고 말했다.
가족의 일상도 무너졌다. 글쓴이 부친은 비교적 일정 조정이 자유로운 인테리어 타일공으로 전업했고 모친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형을 보살피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글쓴이는 할머니 집에 맡겨졌다. 글쓴이는 "친척들도 도움이 안 됐다. 만날 때마다 '아이고', '어떡하니'라면서 우는소리를 하는데 듣기가 너무 싫었다"고 회상했다.
글쓴이가 집으로 돌아간 건 15살 무렵이다. 글쓴이는 "그때만 해도 형의 증세가 호전된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라 상황이 더 악화돼 있었다. 형이 덩치가 커지면서 어머니가 혼자서 감당이 안 되니 나를 부른 거다. 물건 부수는 건 일상이고 칼을 들고 난리 친 적도 있었다"며 "나중에 형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도 못 알아보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가 형을 때리니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는데 나중에는 애써 무시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가족들도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형을 시설에 맡기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는 그래도 자식이라서 '시설 가면 밥도 안 먹이고 때리고 그런다던데'라며 걱정하더라. 너무 화가 났다. 개는 훈련을 하면 말을 알아듣지 않냐. 자폐 1급은 절대 그게 안 된다. 그냥 짐승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러다 결말은 뜬금없이 찾아왔다. 내가 고3 때 옥상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형이 대문을 나갔고 트럭에 치여 죽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버지는 말없이 담배만 태우고 어머니는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때 눈물을 흘리던 사람은 형을 죽게 한 트럭 기사 한 명이었다"며 "난 트럭 기사에 대한 원망보다는 해방감이 먼저 들어서 내 스스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날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금기에 가깝다. 가족들도 친척들도 더 이상 형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게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일부는 "자폐스펙트럼 동생이 있는데 본문이 어느 정도는 맞지만 과장된 부분도 있다", "주호민 때문에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다", "자폐스펙트럼이 대부분 저렇다는 건 일반화의 오류", "모두가 저렇지는 않다", "나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보면서 불편했었다", "나도 사촌이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데 본문이랑 똑같아서 놀랐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주호민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생겼다고 하는데 핑계다. 우리나라는 원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다", "이런 글을 보면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둔 부모가 상상보다 더 힘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 글쓴이랑 가족들 안타깝다",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요즘 사태랑 맞물려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등 댓글을 남겼다.

앞서 주호민 웹툰 작가는 특수 교사 A씨를 자폐스펙트럼 아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주호민 아들은 지난해 9월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등 행위를 해 분리 조치됐다. 이후 주호민 아들은 불안 반응을 보이며 등교를 거부했고 이에 주호민 아내가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켰다. 이후 이들 부부는 특수 교사 A씨가 자신의 아들에게 훈육이 아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정황을 포착,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직위가 해제돼 재판을 받았다. 그러던 중 같은 특수학급에 있는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A씨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주호민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주호민 아들과 같은 학급에 있던 학부모들이 주호민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지난 1일 자로 복직됐다.
주호민은 재판에서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