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으로 중학생 스카우트…” 현직 검사가 밝힌 요즘 'MZ 조폭' 실상

2023-08-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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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라진 조직폭력배 양상
최순호 광주지검 부장검사 인터뷰

조직폭력배(조폭)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음지에서 활동한 과거 조폭과 달리 요즘 조폭은 보란 듯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다닌다. 조폭 세계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대세는 'MZ(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됐다.

실제로 10~30대 연령의 조폭이 조직 안에서 세를 불리고 있고, 그들이 입지를 넓혀가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대담하다.

이른바 'MZ 조폭'이라 불리는 요즘 조폭의 실상이 현직 검사를 통해 전해졌다.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지난달 31일 미성년자와 조직폭력배에게 불법 문신을 시술한 문신시술업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은 광주지검이 공개한 조직폭력배 모습. 문신을 드러낸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 이하 광주지방검찰청 제공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지난달 31일 미성년자와 조직폭력배에게 불법 문신을 시술한 문신시술업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은 광주지검이 공개한 조직폭력배 모습. 문신을 드러낸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 이하 광주지방검찰청 제공

최순호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 부장검사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최근 수사한 조폭 사건과 관련해 뒷이야기를 전했다.

최 부장검사가 소속된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최근 조폭들에게 불법으로 문신을 시술한 문신시술업자 12명을 의료법 위반,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에 잡힌 문신시술업자들은 어린 학생을 포함, 조폭들에게 '조직에 가입하기 위해선 이 문신이 필수 조건이자 가입 조건'이라며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최 부장검사는 "계좌 거래 내역 등을 통해 확인된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은 총 2000명 정도"라며 "불법 문신업자 12명이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합하니 25억 원 수준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신할 때 (비용을) 현금 거래로도 많이 하는데, 그런 금액을 다 합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문신을 받은 사람 중엔 (조폭 말고도) 미성년자 총 32명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들 중 4명은 (문신을 받은 이후) 광주지역 최대 폭력 조직인 국제PJ파, 충장OB파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신을 받은 학생 중에는 중학교 3학년생, 만 16세인 학생도 있었다"고 밝혔다.

불법 문신 시술을 받은 폭력조직원 모습
불법 문신 시술을 받은 폭력조직원 모습

최 부장검사는 "조폭들이 문신을 하는 이유는 뻔하다. 기본적으로 협박, 폭행 등 폭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보니 흉기를 들고 다니면서 상대방을 겁줄 수도 있겠지만, (언뜻 봤을 때) 무서운 이레즈미(いれずみ·신체 일부에 크게 새기는 식의 일본 전통 문신)를 몸에 해 상대에게 겁을 주려는 것"이라며 "조폭들이 과시욕, 허영심이 굉장히 심하다. '나는 조폭이다', '나는 무서운 사람이다'라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바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이레즈미 문신이다. 이런 문신을 해야만 조폭으로 보이는 일종의 조폭 문화가 형성됐고, 그런 문신을 하는 것이 조폭이 되기 위한, 조폭으로서 생활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면서 다수 폭력 조직이 자취를 감췄고, 단속과 처벌을 피해 남은 조폭들도 주로 음지에서 활동을 이어갔으나, 최근 이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고 최 부장검사는 전했다. 조폭 세계에 MZ 세대 조직원이 늘면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부장검사는 "소셜미디어(SNS)에 굉장히 익숙한 MZ 조폭들이 SNS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며 "(존재를) 드러내고 활동하니 (조폭 범죄가) 더 많아 보이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조폭 단위로 활동했는데, 요즘 MZ 조폭은 계파를 초월해 정기적인 회합을 한다. 온·오프라인에서 소위 '또래 모임'을 하고 전국 단위로 조직 간 상호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컨대 부산지역 조폭과 광주지역 조폭이 서로 연대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대포 통장, 명의, 대포폰 등을 서로 빌려준다거나 서로 역할을 나눠 연대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폭력 조직 수노아파 단합대회 모습. 조직원들이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이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난해 12월 열린 폭력 조직 수노아파 단합대회 모습. 조직원들이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이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이외에도 MZ 조폭들은 SNS에 올라온 정보를 통해 미래가 유망한 조직원을 찾아 포섭하는 '조폭 스카우트' 활동도 벌였다.

최 부장검사는 "이번 수사를 하면서 미성년자들이 상당수 조폭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여기엔 SNS에서 유명한 일명 '스타 조폭'의 영향이 미쳤다고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외제차나 명품, 문신 사진을 올리며 활동하는 스타 조폭이 있다. 그 스타 조폭이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굉장히 유명했다"며 "그런데 이 조폭이 광주에 있는 한 중학교 3학년 일진 학생들에게 연락을 해 접근했다고 한다. 외제차를 타고 학교 앞까지 가서 학생들을 태우고 근처 카페에 가 소위 면접이라는 것을 봤다고 한다. 싸움은 잘하는지, 몸 상태가 어떤 지를 보고 '우리 조직에 들어오면 쓸 만하겠다'고 평가해 가입을 승인하는 식이다. 실제로 그 중학생 일진 2명은 (이런 과정을 거쳐) 국제PJ파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이어 "(폭력 조직에) 가입을 하니 중학생들에게 100만 원 상당의 고급 양복을 맞춰 주고, 팔 부분에 조직 이니셜을 새겨줬다고 한다. 선배(조폭)들이 구두도 사주고 데리고 다니면서 술도 사주고 외제차도 계속 태워주고,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유흥을 계속 즐기게 해주면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 같은 걸 키워주는 거다. 졸업식에 우르르 몰려가서 축하를 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진이 SNS에 올라오면 주변 다른 학생들이 보고 박수를 치고 부러워하고 그런 식이다.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공개된 조폭들의 허황된 삶을 굉장히 동경하고 추앙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조폭과 청소년들 사이의 만남의 기회가 예전보다 훨씬 쉽고 간편해지고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수노아파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전국 조폭 '또래 모임' 사진. 일부 조직원은 이런 식으로 인스타그램에 회합 사진을 올려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수노아파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전국 조폭 '또래 모임' 사진. 일부 조직원은 이런 식으로 인스타그램에 회합 사진을 올려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했다.

이를 들은 진행자 김현정 앵커는 "철없는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 현혹해서 포섭을 하는데 SNS가 적극 활용되고, '인플루언서' 스타 조폭이라는 게 등장했다는 게 예전과의 차별점"이라며 "(이런 실상을) 학교나 학부모님들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아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부장검사는 "일단 관내에 존재하는 조폭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서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침해하는 이런 대표적인 민생 침해 범죄인 조직폭력 범죄나 이번 수사에서 밝혀진 불법 조폭 문신업자들처럼 폭력 조직과 결탁해 불법을 저지르고 커다란 경제적 이익까지 취하는 그런 세력까지 계속 엄단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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