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한 번도 안 당해본 여자가 대한민국에 있을까” 글 반향

2023-08-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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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경험 공유해보자는 익명글 화제
800여개 댓글에 각양각색 사례 나와

성폭력을 당하고 괴로워하는 여성. / aslysun-shutterstock.com
성폭력을 당하고 괴로워하는 여성. / aslysun-shutterstock.com

“살면서 몇 번 정도 성추행 당해 보셨나요?”

지난 8월 1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살면서 겪은 성추행 피해 경험을 공유해보자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성추행 경험을 공유하자는 글에 800여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은행에 근무한다는 글쓴이 A씨는 초등생 때 사촌오빠가 자고 있던 자기 허벅지와 중요 부위를 만진 일, 대학생 때 스토킹 당한 일, 어릴 때 윗집 아저씨가 고구마를 사주겠다며 구강성교를 요구한 일, 지하철역과 동네에서 각각 가슴 만짐을 당한 일 등 5번의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이 정도면 평균인가. 이런 경험들이 많아 아이 낳기가 싫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비슷하게 당한 사람들이 많고, 친구들이랑 얘기해 봐도 2~3번 정도는 기본적으로 있더라”라고 토로했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글에는 블라인드 이용자들 각자의 성추행 피해 경험이 댓글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공무원 B씨는 대학교 1학년 때 남자 선배가 술에 취한 자기 다리와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구강성교를 했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초6 때 알고 지내던 아저씨가 속옷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진 일, 초2 때 동네 아저씨가 인적 드문 곳으로 데려가 중요 부위를 만진 일 등 총 6번의 피해를 적었다.

직장인 C씨는 학교 선생님이 ‘조건 만남 하자고 했다’는 경험과 고등학생 때 학원 선생님이 ‘사랑한다’며 고백한 일 등 성희롱 사례를 털어놨다.

대기업 직원 D씨는 대학생 때 정년 직전 남자 교수가 자신에게 손 깍지를 낀 일, 고등학교 때 늦은 밤 도서관에서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옆자리 남자가 자는 척하면서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고 커브 길에서는 밀리는 척하며 밀착한 경험 등 7번의 피해를 얘기했다.

의약학 관련 기업에 근무하는 E씨는 “첫 경험이 성폭행이다. 그런데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한테 성폭행 당한 거라 ‘성폭행 아니다’라는 소리에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거구나’ 하고 자책만 한 슬픈 과거가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또 친오빠와 부모님 친구 아들로부터 각각 성추행을 당한 경험 등 총 6번의 피해 경험을 공유했다.

또 다른 은행 직원 F씨는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배드민턴 가르쳐 준다며 강당 문 잠그고 강제 키스했다. 그때 혀 물어 뜯을 걸 너무 어려서 아무 말도 못 했던 게 너무 너무 후회된다”고 적었다.

대기업 직원 G씨는 초3 때 강간당할 뻔한 충격적인 경험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당시 서울 강동구에 살았다는 G씨는 “이상한 아저씨가 끌고 가서 옷 벗기고 가슴 만지고 엉덩이 만지고…운이 좋아서 삽입까지 안 간 거지 성폭행당했다면 제정신으로 못 살았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바바리맨’을 본 경험을 밝힌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으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밀착한 남성이 엉덩이에 성기를 비비거나 클럽·축제·찜질방 등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는 댓글도 다수 있었다.

남자 동기·선배나 직장 동료·상사 등으로부터 성희롱성 발언을 들은 경험은 셀 수 없다는 얘기 역시 끊임없이 나왔다.

여학생 자료 사진. / Piyato-shutterstock.com
여학생 자료 사진. / Piyato-shutterstock.com

A씨의 글과 댓글에 담긴 피해 사례들을 본 여러 이용자는 “여자들은 저 정도 많이 당한다”, “살면서 성추행 안 당해본 여자 찾기 힘들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대한민국에서 성추행 한 번도 안 당해본 여자가 있을까”라며 “나도 여러 번 당했고 이번에 특히 큰 건 하나 있어서 재판 진행 중이다. 현실이 이런데 ‘여자로서 살기 무섭다’ 하면 페미 어쩌고 불평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나는 바바리맨 태어나서 한 번도 못 봤고 성추행도 당한 적 없다”라며 한국 여자들이 100% 모두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한국에선 4번 정도지만 외국 나가선 셀 수도 없었다” 등 성범죄가 한국만 심각한 것은 아니며 외국은 더하다는 댓글도 보였다.

성폭력 피해로 인해 남성들에 대한 혐오감이 높아졌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한 이용자는 “100명 중 1명이 변태 짓을 평생 수백 번 하고 다니니 피해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며 가해 남성은 소수여도 피해 여성은 많을 수 있는 현상에 대해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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