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수근 상병 임무 투입돼 사망한 날, 부대에는 구명조끼 차고 넘쳤다

2023-08-14 18:23

add remove print link

구명조끼 2벌씩 줘도 남을 만큼 구비하고 있었다
사단장 지시엔 오로지 '복장 통일'만 강조돼 있어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머니투데이는 "고 채수근 상병이 근무했던 해병대 1사단이 구명조끼를 3400벌 가량 비축해왔다. 지난달 채 상병을 포함해 실종자 수색 작업에 동원됐던 해병대원 전원에게 2벌씩 나눠주고도 남았을 물량"이라고 보도했다.

고 채수근 상병 / '대한민국 해병대' 인스타그램
고 채수근 상병 / '대한민국 해병대' 인스타그램

보도에 따르면 고 채 상병 사망 당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대민지원에 투입된 해병 병력은 1500여명이었다. 해병대 1사단은 구명조끼 3400여벌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색 작업 참가자들이 모두 입을 수 있는 물량이었다.

보급품이 부족하다거나 실종자 수색 매뉴얼에 구명조끼 착용이 명시돼있지 않아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머니투데이는 "해병대가 실종자 수색이 아니라 호우 피해 복구에 초점을 맞춰 병력과 물자를 투입하면서 구명조끼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구명조끼 자료 사진. 해병대 1사단에서 쓰이는 구명조끼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이하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구명조끼 자료 사진. 해병대 1사단에서 쓰이는 구명조끼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이하 뉴스1

해병대는 IBS(상륙용고무보트)를 타고 수상 탐색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에겐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하천변 실종자 탐색 임무에 나선 장병들에겐 구명조끼를 지급조차 하지 않았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소장)이 지시 사항에 복장 통일은 강조하면서 안전에 대한 조치는 따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가운데)이 지난 6월 6일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된 경북 포항시 북구 수도산 충혼탑에서 헌화 후 경례하고 있다.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가운데)이 지난 6월 6일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된 경북 포항시 북구 수도산 충혼탑에서 헌화 후 경례하고 있다.
해병대 1사단 모 간부가 예천 실종자 수색 당시 카카오톡을 통해 상부로부터 받은 지시사항들이라고 폭로한 내용 / 유튜브 '캡틴 김상호-군대의 모든 것'
해병대 1사단 모 간부가 예천 실종자 수색 당시 카카오톡을 통해 상부로부터 받은 지시사항들이라고 폭로한 내용 / 유튜브 '캡틴 김상호-군대의 모든 것'

한편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해병 대령은 보직 해임되고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까지 됐다.

박 대령은 임 사단장 포함 지휘관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특정해 수사 자료를 경찰에 이첩했는데, 국방부는 이를 항명으로 봤다.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양측 진실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채 상병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는 아직 진행되고 있다.

고 채수근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11일 오전 용산구 국방부 소재 국방부 검찰단 출석에 앞서 김태성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 회장으로 부터 응원을 받고 있다.
고 채수근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11일 오전 용산구 국방부 소재 국방부 검찰단 출석에 앞서 김태성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 회장으로 부터 응원을 받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