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전거칸 탔느냐" 지하철서 자전거 동호회원들한테 협박받은 할머니 발작증세

2023-09-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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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서 할머니가 겪은 사연
“그냥 가만히 가면 될 것이지 말이 많아 XX”

'자전거 칸'에 탔다는 이유로 한 할머니가 폭언에 살해 협박까지 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DONGSEON KIM-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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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를 목격한 다른 승객들은 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직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지하철 안에서 할머니 한 명이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당했다고 YTN이 14일 보도했다. 자전거 여러 대를 지니고 안전모 등 장비를 갖춘 것으로 봤을 때 할머니를 위협한 이들은 중장년층 자전거 동호회원으로 추정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동호회원 A씨는 "그냥 가만히 가면 될 것이지 말이 많아. XX"라고 말했다.

중장년층 자전거 동호회원들은 할머니에게 심한 욕설까지 쏟아 내며 위협했다. / YTN 방송
중장년층 자전거 동호회원들은 할머니에게 심한 욕설까지 쏟아 내며 위협했다. / YTN 방송

이들이 할머니를 위협한 것은 '자전거 칸'에 탔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매체가 전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다른 승객들은 입에 담기 힘든 살해 협박도 나오면서 놀란 할머니가 발작 증세까지 보였다고 전해졌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다른 승객들은 입에 담기 힘든 살해 협박도 나오면서 놀란 할머니가 발작 증세까지 보였다 / YTN 방송
당시 상황을 지켜본 다른 승객들은 입에 담기 힘든 살해 협박도 나오면서 놀란 할머니가 발작 증세까지 보였다 / YTN 방송

하지만 열차 내 자전거 칸에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고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선 안 된다. 지하철 내 안내 문구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같은 칸에 타고 있던 20대 여성은 보다못해 인터넷으로 역 번호를 찾아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기다리던 역 직원은 끝내 나타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목격자 20대 여성은 "처음에는 문자로 (담당 기관) 번호를 주겠다. 거기로 다시 상황 설명을 하라고 해서 제가 화를 냈더니 그쪽에서 알겠다고 하더라. 알겠다고 했는데 결국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다른 번호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직원은 "알겠다"고 말하고 출동하지 않았다.

10분 넘게 기다리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한 여성은 또 다른 목격자 20대 여성과 함께 놀란 할머니를 모시고 인근 역에 내렸다.

high fliers-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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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SOS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 직원은 5분가량 지난 뒤에야 나타났다. 그런데 역 직원 반응이 황당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 역 직원은) 경찰에 바로 신고했어야지 하면서 말하더라. 전철 안에 있으니까 전철 쪽으로 해결해야 하는 줄 알았다고 했더니 그러면 붙잡고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노선을 운영하는 코레일 매뉴얼에 따르면 신고를 접수한 역 직원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또 코레일에는 사법권을 가진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있어 합법적으로 난동범을 제지할 수 있는데,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신고를 접수한 뒤 전동차를 순찰했지만 이미 할머니와 목격자들이 내린 뒤였다"고 매체가 전했다.

"또 할머니가 하차한 역 직원은 현장에 늦게 출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경찰을 부르라고 한 건 당사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배려 차원에서 자리 한 칸 만들어줬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자전거 칸 없애버려라", "나도 이런 경험이 많다. 신고하면 자기네들 노선이 아니라고 번호를 알려주고 안 오더라. 여러 번 당했다", "주말에도 지하철에 자전거 금지해라", "이건 지하철 직원이 피해자와 목격자가 알아서 자리 피할 때까지 출동을 미룬 거 아니야?" 등 반응을 보였다.

home 권미성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