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동의 그 중국집이 문을 닫자 누리꾼들이 슬퍼하는 이유

2023-09-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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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무료에 신속 배달
폐업설·이전설 추측 분분

서울의 한 동네 중국집 '실종 사건'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배달비 1만원 시대 배달비 무료에다 바쁜 점심시간에도 신속 배달하는 정겨운(?) 중국집의 행방불명에 누리꾼들은 못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중국집 근황이 올라왔다.

이하 감쪽같이 사라진 중국집  / 에펨코리아
이하 감쪽같이 사라진 중국집 / 에펨코리아
에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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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폐업한 듯하다"며 집기 하나 없이 텅 빈 업소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첨부했다.

이 업소는 2년 전부터 별난(?) 중국집으로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탄 곳이다.

발단은 2021년 12월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에 주택가 소형 빌딩 2층에 들어선 중국집을 소개하면서였다.

화제를 모았던 중국집 / 개드립
화제를 모았던 중국집 / 개드립

글쓴이는 옛날 중국집 냄새가 물씬 나는 이 업장에 "항상 대기 중인 배달 오토바이가 4대 있다"며 "내 요리가 완성되는 순간 곧바로 오토바이 시동이 걸릴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집이 동네 중화요리계를 완전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사진을 보면 배달 오토바이 뒤쪽에 탑재된 바구니는 철가방 2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장사가 잘된다는 간접 증거다. 통상 이런 곳의 특징은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은 철저히 지킬 가능성이 크다.

글쓴이는 이 업소의 배달 기사는 대행업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전속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달 앱 같은 거엔 등록도 안 돼 있어 당연히 배달비 같은 거 없다"며 "아직도 찌라시(광고지)를 뿌리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리뷰 이벤트 대신 광고지에 붙이는 스티커를 고객에게 제공해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은 "배달비 몇천원 하는 시대에 극락으로 보인다", "근본을 지키는 곳", "아직도 이렇게 할 수 있다니", "진짜 중의 진짜다" 등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하지만 이후 몇몇 블로거가 배달의민족을 통해 이 집 음식을 주문했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미뤄 일정 시점부터는 업소가 배달 앱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달 앱으로 주문하더라도 배달비는 공짜라는 후기가 온라인에서 올해 1월까지 발견된다. 그 이후 사정은 알 수 없다.

현재의 장소에서 매장이 철수한 이유에 대해선 장사가 안돼 접었다는 폐업설, 화재로 다른 건물 1층으로 옮겼다는 이전설 등 추측이 분분하다.

배달 노동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 뉴스1
배달 노동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 뉴스1

배달비에는 음식점 업주 부담분과 고객 부담분이 모두 포함된다. 이를 플랫폼 업체와 배달 기사가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업소가 배달비를 받지 않으면 고객의 배달비 수수료를 다 떠안아야 한다. 요즘 상황에서는 현실성 없는 얘기다.

소비자들이 중국집 철가방을 그리워하는 건 비싼 음식 배달비에 염증을 느낀 고객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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