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역전패' 굴욕 안긴 대만 롤러 선수, 비결이 정말 뜻밖이다

2023-10-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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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머니 하다 아깝게 금메달 놓친 한국 롤러 대표팀
대만 팀, 한국 이기기 위해 아침에 김치, 깍두기 먹어

한국 롤러 대표팀이 세리머니를 하며 방심한 사이 역전승을 거둔 대만 롤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뜻밖의 비결을 털어놨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 3000m 계주 결승에서 황당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한국 마지막 주자로 나선 정철원(27·안동시청)은 결승선 코앞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금메달 예측 세리머니를 했다. 그 틈을 타 바로 뒤에 있던 대만 선수가 왼발을 내밀며 순식간에 1, 2위가 뒤바뀌었다. 대만은 0.01초 차이로 한국에 앞서 금메달을 따냈다.

결승 통과 직전 세리머니를 하다 역전패를 당한 한국 롤러 대표팀 정철원(오) / 연합뉴스
결승 통과 직전 세리머니를 하다 역전패를 당한 한국 롤러 대표팀 정철원(오) / 연합뉴스

경기 종료 직후 한국 대표팀은 태극기를 들고 금메달 세리머니를 준비했지만, 공식 기록이 나오자 취재에 응하지 않은 채 울먹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 대표팀 기록은 4분 05초 702, 대만 대표팀의 기록은 4분 05초 692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스피드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 왼쪽부터 정철원, 최광호, 최인호 /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스피드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 왼쪽부터 정철원, 최광호, 최인호 / 연합뉴스

0.01초 차이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대만 대표팀은 이날 아침, 특별히 '한국 음식'을 준비해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만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을 이기겠다'는 각오로 일종의 의식처럼 아침 식사 때 김치와 깍두기를 가져와 먹었다.

이에 대만 언론들은 짜릿한 금메달을 따낸 대만 선수들이 '김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역전승을 만들어 낸 대만 마지막 주자 황위린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상대가 축하하고 있는 장면을 봤다"며 "그 순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냥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아주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 정말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0.01초 차로 이겼다고 화면에 떴다. 기적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철원은 "제 실수가 너무 크다.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어이없게 금메달을 놓친 한국 대표팀은 병역 혜택의 기회도 함께 날려버렸다. 정철원은 물론 대표팀 막내 최인호(22·논산시청)도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롤러스케이트는 다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부터는 아예 정식종목에서 퇴출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만 맏형 최광호(30·대구시청)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이미 군 면제를 받은 상태다. 또 전날 남자 스프린트 1000m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면제 혜택 대상자이기도 하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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