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은 10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8권 (정리)

2023-10-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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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국립중앙도서관이 공개한 목록
사서가 분야별로 추천한 8권 정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성인 1명의 한 해 평균 독서량은 5권이 되지 않는다. 이 수치는 종이책을 비롯해 E-book과 오디오북까지 포함한 숫자다.

심지어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응답이 50%가 넘는 상황이다.

그 결과 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 조사 결과 한국의 만 15세 이하 학생들은 디지털 정보 중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실제 최근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중학생의 65%가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가 '너무 어렵다'라고 응답했다.

이전부터 한국인들의 독서량 부족과 문해력 부족은 계속 지적되던 부분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런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한 달에 한 권 읽기라는 작은 목표부터 세우고 실천해 보는 게 어떨까. 문해력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은 독서다.

책 읽기 좋은 가을을 맞아 국립중앙도서관은 10월 사서추천도서를 공개했다. 책과 함께 생활하는 현장 사서가 주제분별 및 테마별로 추천한 책들이다.

총 8권으로 이뤄져 있으며 인문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문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윌리엄 맥어스킬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윌리엄 맥어스킬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 출판사 김영사
윌리엄 맥어스킬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 출판사 김영사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이영래 옮김, 김영사 펴냄)은 동시대 철학자 중 가장 널리 인용되는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의 성찰을 담는다.

인공지능 시스템 탈선을 우려하는 시대, 핵탄두 수천 기가 발사 대기 중인 시대, 화석연료를 태우며 수십만 년 지속될 오염물질을 만들어 내는 시대,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어 버린 시대에 사는 우리가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틀 수 있도록 촉구하는 '장기주의' 철학을 말하고 있다.

모든 미래의 삶을 살게 된다면, 당신은 현재의 우리가 무슨 일을 하길 원하는가? 우리가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길 원하는가? 우리가 연구나 교육에 얼마나 투자하길 원하는가? 미래를 망치거나 영원히 탈선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얼마나 신중하길 원하는가? 오늘의 조치가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길 원하는가? p.20

▲마르셀로 글레이서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마르셀로 글레이서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 출판사 지와사랑
마르셀로 글레이서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 출판사 지와사랑

저자 마르셀 글레이서는 과학자면서 "과학은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없다"라고 과학의 한계를 말하는 사람이다. 그가 써 내려간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노태복 옮김, 지와사랑 펴냄)에서는 자연과학을 말하면서도 완벽을 향한 집착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만물의 원리를 억지로 정의하는 대신 모호한 상태마저도 사랑해 버리는 일의 자유로움을 소개한다. 사랑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해결책을 내놓고 낚시를 통해 그가 경험한 구체적인 성찰 과정을 근거로 독자를 설득한다.

과학은 사랑을 배제하지 않는다. 실제로 과학은 자신의 씨앗으로서 우리의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에너지인 사랑을 필요로 한다. 이는 과학을 과도하게 감성적으로 대하는 태도와 무관하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신비에 이끌리는 마음, 그리고 내가 말하는 미지에 이끌리는 마음은 다름 아닌 사랑을 표현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이에게 느끼는 끌림보다, 그 사람이 없으면 작은 어항 속에 갇힌 금붕어 신세처럼 인생이 불완전해질 것이라는 확신보다 더 신비로울 게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서 "사람"은 다른 인간일 수도 있고 자연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망각이다. p.145

▲로라 후앙 <엣지>

로라 후앙 '엣지' / 출판사 세계사
로라 후앙 '엣지' / 출판사 세계사

이민자의 딸로 미국에서 자란 로랑 후앙은 엄청난 학업 성과를 보였음에도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창 시절은 물론 대학교수가 된 후에도 엄청난 불이익을 겪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미국 경영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자로, 젊은 나이에 미국 내 최고 취업률을 자랑하는 노스이스턴대학교의 석좌교수가 될 만큼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후앙은 <엣지>(이윤진 옮김, 세계사 펴냄)을 통해 경쟁력을 의미하는 '엣지'라는 비밀을 알려준다. 그는 뛰어난 결과를 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엣지에 대해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파악하여 스스로 유리한 위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탈점진적이고 지수적인 생각은 '공식을 뒤집을 때' 종종 일어난다. 일의 순서를 바꾸거나 위아래를 거꾸로 뒤집을 때 우리는 성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파악하고 제거할 수 있다. 우리를 발전시키는 이 방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출발점의 정반대 편에서 상황에 접근해 보는 것을 의미한다. p.130

▲트래비스 엘버러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트래비스 엘버러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출판사 한겨레출판
트래비스 엘버러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출판사 한겨레출판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성소희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은 버림받고, 소외되고, 사람이 살지 않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들의 지명 사전이다. 이를 통해 공간에 담긴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를 쓴 트래비스 엘버러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선정한 '영국 최고의 대중문화역사가' 중 한 명이자 '이색 명소 전문가'로 불린다.

잊는다는 것은 기억하는 힘을 잃는다는 뜻이다. (…) 잊혀서 완전히 사라진 대상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치는 희망을 모두 포기해야 할 근거가 아니라 그 반대다. 버려진 장소는 다가올 세상을, 잔해에서 구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더 오래 더 열심히 생각해 보라고 격려한다. p.10~13

▲최원형 <사계절 기억책>

최원형 '사계절 기억책' / 출판사 블랙피쉬 백도씨
최원형 '사계절 기억책' / 출판사 블랙피쉬 백도씨

최원형은 잡지사 기자와 EBS, KBS 방송 작가로 일했으며 현재는 생태·에너지·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강의를 하면서 시민 교육에 힘쓰고 있는 생태작가다.

그가 직접 그림까지 그린<사계절 기억책>(블랙피쉬 백도씨 펴냄)에서는 사계절 자연과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희미해지는 계절을, 사라져가는 존재를 기억하기 위해 날마다 쓰고 그린 것을 기록해 뒀다.

책은 100여 점의 세밀화와 함께 산과 바다, 강과 하천, 갯벌과 습지 등등에서 만난 수많은 생명을 보여준다. 조각가가 예술 작업을 하듯 사과를 단정히 쪼아 먹는 직박구리, 밟히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도록 진화한 질경이 풀, 폭염에 달궈진 도시를 식혀 주는 담쟁이덩굴, 분변을 배설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지렁이 등 자연 속 여러 생명의 소중함을 펼쳐낸다.

밟혀서 완전히 짓이겨지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질경이는 너무나 정확히 알고 있다. 꽃자루에 작은 흰 꽃이 피고 검은 씨앗이 맺히는데 바닥에 엎드려도 루페 없인 구분이 어렵다. 이 씨앗에는 젤리 같은 물질이 있어 물에 닿으면 부풀어 오르며 접착력이 생긴다. 이런 씨앗의 특성 덕에 질경이는 길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의 신발 바닥, 마차 바퀴 그리고 21세기에는 자동차 타이어에 묻어 먼 곳까지 이동하며 영역을 넓혀나간다. 질경이 생김새 하나하나에 자손을 퍼뜨리려는 진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걸 알고 나니 질경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리는 풀이란 생각이 든다. p.85

▲김동식 <인생 박물관>

김동식 <인생 박물관> / 출판사 요다
김동식 <인생 박물관> / 출판사 요다

<인생 박물관>(요다 펴냄)은 김동식 작가의 14번째 소설집이자 첫 해피 엔딩 모음집이다. 그동안 약 1000편의 소설을 통해 인간의 이중적 본성을 말하며 선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던 그는 이번 작품집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선한 모습을 조명했다.

특히 그는 이 책에 대해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하며 쓴 글들"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불안하고 힘겨운 상황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이 작품집에는 앞서 발표한 약 1000편의 소설 중 작가가 특별히 사랑한 6편과 새로 선보이는 19편을 묶어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안도감을 전하고 있다.

너를 위해 살아라. 그래도 괜찮다. 아빠도 너를 위해 사니까. p.51

▲전범선 <기계 살림>

전범선 '기계 살림' / 출판사 다른백년
전범선 '기계 살림' / 출판사 다른백년

전범선은 <기계 살림>(다른백년 펴냄)을 통해 AI가 모두에게 화두로 다가온 시대에 기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1년 동안 연재한 기획칼럼을 엮은 것으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하고 성찰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오고, 인간의 피조물인 로봇이 부모 품을 떠나 자기 증식을 하게 될 때 인류는 자신의 생존과 미래를 걸 것인가를 묻고 있다.

'좋다, 친절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영어 '나이스(nice)'는 원래 세밀하다는 뜻이다. 진리는 생각보다 나이스하지 않다. 친절하지도, 세밀하지도 않다. 그다지 좋지 않다. 무엇보다 랜덤하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반박은 구원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한 서양 문명의 마지막 절규였다. 거기에 보어는 "신에게 참견하지 말라"고 답했다. 진리가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믿음은, 역사가 진보한다는 것만큼이나 인간 중심적인 환상이다. 진리는 모순덩어리며, 인간을 위하지 않는다. 속된 말로, "말도 안 된다." p.150

▲세르브 언털 <여행자와 달빛>

세르브 언털 '여행자와 달빛' / 출판사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세르브 언털 '여행자와 달빛' / 출판사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여행자와 달빛>(김보국 옮김, 휴머니스트출판그룹 펴냄)은 20세기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세브르 언털의 문제작이자 마지막 소설이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됐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됐으며, '반드시 읽어야 할 헝가리 소설'을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주인공 에르지는 부유한 사업가인 졸탄과 이혼 후 사업하는 아버지 밑에서 중산층의 교육을 받고 자란 미하이와 재혼한다. 이탈리아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미하이의 옛 친구 세페트네키를 만나고 미하이는 끝이 보이지 않았던, 어둡고 긴 터널을 혼자 걸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되며 풀지 못했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미하이는 부인 에르지를 혼자 내버려 둔 채 혼자 움브리아와 토스카나 지역을 여행하기로 한다.

이 책은 사랑과 죽음을 모티프로 해 주어진 순간의 선택의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각기 다른 태도, 과거를 각색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을 다각도로 고찰하고 있다.

인간은 방황의 시기에 더욱 소심해지고 겁이 많아지며, 가장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은 영원히 남는다. p.142

"아직 마음은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계속 나아가자. 계속. 사람들이 내린 저 자동차처럼 텅 비어 있으나, 우리는 나아가야 해." p.269

home 이설희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