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 한국 사람이 가면 벌어지는 일' 유튜브 영상 논란 (영상)

2023-10-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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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질려본 건 처음” 일부 주민을 부정적 묘사
누리꾼 “분쟁지역 왜 가?“…”팔레스타인은 망해야”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부터 공격받은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 지구 인근에서 불타는 탱크 위에서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부터 공격받은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 지구 인근에서 불타는 탱크 위에서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해당 지역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국내 유명 여행 유튜버의 현지 답사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분쟁지역의 속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국내 영상물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유튜버는 팔레스타인 길거리에서 현지인들에게 인종차별적 봉변을 당한 장면을 콘텐츠화하면서 "팔레스타인은 망해야 한다"는 악담을 퍼부었다. 해당 영상이 성급한 일반화 오류와 함께 민감한 시기 팔레스타인 혐오 정서까지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구독자 16만여 명의 여행 유튜버인 '캡틴따거' 채널에 '충격적인 팔레스타인 여행'이라는 쇼트폼(짦은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유튜버는 중동의 화약고로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을 찾았다. 방문지는 이번 전쟁의 촉발자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장악한 이스라엘 남서단 '가자지구'가 아닌, 온건 노선의 팔레스타인해방운동(PLO)이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였다.

거기서 유튜버가 현지 주민들에게 봉변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이하 '충격적인 팔레스타인 여행' / 유튜브 '캡틴따거'
이하 '충격적인 팔레스타인 여행' / 유튜브 '캡틴따거'
유튜브 '캡틴따거'
유튜브 '캡틴따거'
유튜브 '캡틴따거'
유튜브 '캡틴따거'
유튜브 '캡틴따거'
유튜브 '캡틴따거'

유튜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길 가다가 갑자기 제 가방이랑 머리를 치고 간다"며 그의 한국말을 따라 하는 팔레스타인인을 가리키며 "저렇게 계속 놀리고 있다"고 혀를 찼다.

유튜버가 그들에게 "계속해보라"고 영어로 말하자 이내 쌍욕이 돌아왔다.

유튜버가 "너희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냐"고 확인하자, 이들은 "그래 중국인아"라고 응수했다. 유튜버의 생김새를 보고 국적을 잘못 때려 맞춘 것이다.

"왜 이렇게 사람을 건들지"라고 독백을 하며 홀로 길을 걸어가던 유튜버는 "(해외 여행하면서) 이런 적까지는 처음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놀리는 거까지는 경험해봤는데 가방 치고 가고 내 짐 가져가서 던져버리고"라며 "여행하면서 이 정도까지 사람에 질려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이 이런 수준이라면 그냥 망해버리는 게 낫겠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해당 영상은 현재까지 329만 회의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이 유튜버가 길 가다가 이스라엘 정보원으로 몰려 욕먹는 모습도 나온다. 사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이스라엘 군인한테 돌 던지고, 이스라엘 군인들은 경고 사격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분쟁지역에서 치안이 멀쩡하면 더 이상할 것이다.

이 유튜버는 충분히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접한 무례한 팔레스타인인들은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일탈한 소수에 불과하다. 유튜버가 자신의 불쾌한 경험을 콘텐츠화 해 방영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팔레스타인에 대해 그릇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해당 영상이 이번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으로 재조명되자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조회수를 끌려고 분쟁지역 갔냐"는 유튜버 타박부터 "팔레스타인은 망해야 한다"는 민족 혐오주의까지 발동됐다. 전자의 경우 유튜브가 시사성과 정보성보다 이슈성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하마스가 쏜 로켓 포탄이 떨어져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 / 연합뉴스
하마스가 쏜 로켓 포탄이 떨어져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 / 연합뉴스

이번 전쟁의 직접적 원인은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었다. 이견을 외교나 협상으로 해결하지 않고 군사적 공격이라는 방법을 썼다는 점에서 촉발적 원인의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 하지만 동시에 촉발적 요인의 성숙 과정을 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 어느 일방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유튜브 '캡틴따거'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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