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앞에서 갑자기 쓰러진 할아버지, 아내가 살렸습니다” 글, 찬사 폭발

2023-11-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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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에 올라온 감동 글
“우리 딸 예뻐서 쳐다보시나 했는데...”

대학 병원 심장내과 간호사가 백화점 승강기 안에서 쓰러진 할아버지를 구한 사연이 감동을 자아낸다.

젊은 여성이 노인에게 CPR 하는 모습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젊은 여성이 노인에게 CPR 하는 모습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와이프가 오늘 생명을 살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주말을 맞아 돌 지난 쌍둥이들과 함께 여의도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 놀러 갔다.

A씨 가족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붐비는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저녁 식사를 마친 A씨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당시 엘리베이터 안에는 노부부가 함께 탑승했고, 그중 할아버지는 A씨의 쌍둥이 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A씨는 "'우리 딸이 예뻐서 쳐다보시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점점 딸 쪽으로 얼굴을 기울이시길래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 해코지하려는 건가 싶었다"고 떠올렸다.

딸 쪽으로 얼굴을 기울이던 할아버지는 흰자를 보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A씨는 "너무 놀랐다. 숨을 안 쉬고 계신 것 같았다. 군대에서, 회사에서, TV에서, 예비군에서 배웠던 심폐소생술(CPR)은 생각도 안 나더라. 그냥 몸이 굳어버렸다"고 고백했다.

이때 A씨의 아내가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할아버지의 옷을 젖히고 CPR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내는 할머니에게 "빨리 119에 신고하세요"라고 소리쳤다.

A씨는 비상벨을 누르고 백화점 측에 상황 설명을 한 뒤 할아버지의 꼬여있는 다리를 푼 다음 마사지를 하며 기도 확보를 도왔다.

A씨는 "맞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배운 거 생각나는 대로 했다. 1분 정도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2분 정도 지나자 할아버지께서 엄청나게 큰 숨을 들이마시는 것 같은 소리를 내시더니 눈을 뜨셨다"고 전했다.

이어 "할아버지는 왜 누워있는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계시더라. 백화점 직원들이 제세동기를 들고 엄청난 속도로 계단으로 내려왔고, 우리는 119가 오기 전에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A씨는 "쓸어내린 가슴을 안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다가 백화점 직원들이 저희를 어찌저찌 찾아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정의 상품을 전해주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다행히 사람도 알아보셨고 다 괜찮아 보이셨다"고 말했다.

이후 A 씨에게 연락한 할아버지는 "이 세상이 아직 나를 조금 더 이곳에 살라고 당신 아내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태운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A씨는 "아내는 세브란스 심장내과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다. 현재는 부서를 이동했다. 아내가 '제발! 제발! 이라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린다. TV에서 본 일을 눈앞에 마주하고 생각할 틈도 없이 CPR을 통해 한 생명을 살린 아내가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백화점 직원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저는 자기 전 거실 바닥에 누워 아내에게 제대로 다시 CPR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장난 아니네. 나도 배웠지만 막상 닥치면 못 할 거 같다" "와 이거 평생 자랑감이네요" "연말에 따뜻한 사연 너무 감사하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A씨 부부에게 찬사를 보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