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KTV 마법'에 빠지다"

2012-11-0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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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응접공간 양식으로 꾸며진 중국 KTV 내부. (출처:니픽닷컴)] 요

[호화로운 응접공간 양식으로 꾸며진 중국 KTV 내부. (출처:니픽닷컴)]


요즘 다시 중국 충칭(重慶)시에선 불법 유흥주점 단속이 도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죠.

중국에 가면 거리마다 눈에 띄는 'KTV'라는 이름의 간판. 여하튼 우리나라의 '단란'주점이란 이름보다 더 기묘한 주점인데요. 다름 아닌 '가라오케(K)-TV'를 줄인 말이라고 합니다.


단란주점과 룸살롱, 노래방... 이 모든 것을 함친 개념이면서, 이 모든 게 다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엔 삼삼오오 아주머니들이 노래하러 들르기도 하고, 젊잖은 사장님들이 유흥과 접대(?)를 한꺼번에 즐기기도 한답니다. 물론 과도(?)한 접대는 여기서도 불법이죠.


그 얘기가 아니라, 중국사회가 이 'KTV문화'에 깊이 빠져든 내막에 대해 짚어보려는 건데요.


원래 중국에는 이런 자본주의 냄새 폴폴나는 유흥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죠. 그들의 대중 놀이문화란 요즘도 공원, 거리, 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댄스파티, 그리고 음악회 정도였답니다.


개방과 함께 그들이 만난 가장 놀랍고 달콤한 유혹은 바로 일본에서 주로 유입된 이 가라오케문화였습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이 이미 중국에 발을 붙이고는 있었으나, 그들로서는 이만한 단맛을 낼 수도, 그리고 죽(竹)의 장막 안에서 그럴 엄두도 내지 못했겠죠.


1980년대 후반부터 거리마다 생기기 시작한 중국의 KTV는 93년 한국과의 수교 이후 슬슬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합니다. 세계의 컴퓨터를 지배하는 운영체계가 윈도우라면 중국 KTV를 지배하는 운영체계는 바로 한국산 강력한 소프트웨어 '금영'이죠. 그리고 거기에선 발랄한 한국 대중가요들이 함께 흘러나오기 시작했답니다.


물론 이보다 언어(가사)가 같은 타이완의 대중문화가 먼저였겠죠. '샤오청구스(小城故事)'와 같은 감미로운 덩리쥔(鄧麗君,등려군)의 노래가 그들에겐 로맨스를 주었는데. 이 때부터 중국에선 "낮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밤은 덩리쥔이 지배한다"는 말이 유행했죠.


대도시마다 100미터 안에서 한 개 이상 만날 수 있는 KTV는 중국의 밤을 장악했고, 여기엔 줄잡아 2천만 명의 20대 여성들이 종사하죠. 자연히 KTV는 중국경제의 강력한 내수기반 축으로 성장한 거죠.


심지어 KTV는 청소년들이 생일파티를 하는 장소로도 유행하고 있답니다. 같은 업종에서 학생들의 생일파티와 어른들의 향락문화가 공존하는 현상. 우리 관념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중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생활문화에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라가 크다는 이유만은 아닐 테죠?

[우측사진 : KTV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청소년들]


지금 중국사회, 엄밀히 말해서 중국 당국은 KTV에 대해 어떤 상황인식을 하는 건가요? 한 마디로 갈팡질팡이란 말이 적절하겠습니다. 인민들이 정치이념이나 체제불만보다는 스포츠나 오락에 빠져 있는 모습이 나빠 보일 리는 없겠지만, 이와 함께 폭력조직의 지하경제나 마약, 매춘, 에이즈와 같은 독소들이 KTV를 매개체로 엄청난 번식력을 지니게 됩니다.


유흥과 내수를 함께 일으키려던 '꿩 먹고 알 먹기' 작전이 벽에 부딪친 셈이랄까요? 나라조차 넓다 보니 한 쪽에선 강력한 단속이 일어나고, 한 쪽에선 공무원들조차 매일매일 밤의 환락에 잠을 설치는 형국입니다. 매년 베이징과 상하이에선 고위 공무원들의 부패 온상처럼 여겨진 KTV 일제단속이 뉴스에 오르곤 하죠.


특히 지난 28일 대대적으로 이뤄진 충칭(重慶)시 전역의 KTV를 중심으로 한 일제 단속에서는 범법자만 1300여명을 검거했답니다. KTV 안에서 이뤄진 매춘이나 마약 등이 많았다는데요. 신종 마약인 GHB가 적발되는가 하면 알몸접대부 22명도 함께 체포됐죠. [우측사진 : 충칭시에서 이른바 '나체접대'로 검거된 KTV 복무원들]

[위사진 : KTV에서 소방교육을 받는 종업원들. 미니스커트 차림 때문에 외신들의 관심을 끌었다.]


위 사진은 지난 8월 저장(浙江)성 웬링(温岭)시 청시(城西)지역 한 KTV에서 소방교육을 하는 모습들입니다. 이 사진들이 당시 세계적인 화제에 올랐던 이유는 다름아닌 '소방'훈련'과는 맞지도 않는 '미니스커트 차림' 때문이었죠.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웨이트리스 300여명이 짧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싣고 소방교육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형식적인 소방교육 때문이었는 지, 아니면 저 KTV의 광고전략이었는 지, 두 가지 다였을 수도...


앞으로도 중국의 KTV는 부자들에겐 환락을, 정치가에게는 인민들의 정신적 이완수단을, 사업가들에게는 투자처를, 그리고 서민 여성들에겐 생계수단을 의미하는 '완충지대'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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