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 안 떠나는 참의사들” 비아냥...의사 커뮤니티에 현장 남아있는 전공의 목록 게재 논란

2024-03-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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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자 “실명 제보는 정확하게 어느 병원 무슨 과 몇 년 차인지 알려달라”

1만 명이 넘는 전공의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정책(의대 증원)에 반대해 사직 의사를 밝힌 가운데, 현장에 남아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에 대한 색출 작업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돼 논란이 되고 있다.

휴식 중인 의료진 / 연합뉴스
휴식 중인 의료진 /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7일 독자 및 의료계 관계자들의 제보를 토대로 최근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글에는 전국 70여 개 수련병원별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가 상세히 적혔다.

특이사항란엔 '비등록으로 몰래 일하는 중', '사직 전공의 조롱 카톡을 보냈다' 등의 정보도 담겼다.

현장에 남아있는 전공의의 출신 학교나 이름 중 2글자가 공개된 리스트도 여럿 있었다.

글쓴이는 "실명 제보는 정확하게 어느 병원 무슨 과 몇 년 차인지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댓글엔 "모교인데 안타깝다", "평생 박제해야 한다", "○○병원도 참의사 없는 병원으로 올려달라", "환자 곁을 떠날 이유가 없다니 웃기다", "검체(혈액·대소변 등 검사에 필요한 재료)를 안 떠나는 거냐" 등 잔류 전공의들을 조롱하는 투의 내용이 달렸다.

해당 사실을 제보한 의사 A 씨는 연합뉴스에 "진료 거부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부르며 색출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자신의 대의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을 색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제보했다"고 밝혔다.

다른 의사 B 씨는 "이 같은 색출 작업은 2020년에도 있었다. 목록에 나오는 명단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댓글을 보면 분노와 배신감 같은 표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집단행동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글쓴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직을 선언했던 의사들이) 현장에 복귀하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 커뮤니티엔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전공의들을 향한 조언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이에 경찰은 메디스태프 사무실과 서버를 압수수색 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게시자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을 확인한 후 게시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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