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운 여자친구가 남긴 편지와 돈봉투를 공개합니다”
2024-03-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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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에서 관심 끄는 어느 남자의 사연
‘바람피운 여자친구가 남긴 편지와 돈봉투’란 제목의 글이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2일 자기 집에서 겪은 일이라며 여자친구가 자기 곁을 어떻게 떠났는지 소개했다.
글쓴이는 집에 놀러 온 여자친구의 휴대폰에 ‘잘자요 ㅎㅎ’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가 뜬 걸 보고 여자친구에게 딴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자친구는 회사동료와 술 마시다가 알게 된 업계 사람이라고 잡아 뗐다. A 씨는 그렇다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보여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실랑이 끝에 여자친구 휴대폰을 열었다. 바람피운 게 맞았다.
문자메시지를 읽은 A 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남자가 ‘남자친구 있으면 만나면 안 돼요?’라고 하자 여자친구는 ‘왜 자꾸 그러세요. 탐나게’라고 답했다.
A 씨는 여자친구가 자신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집 주소를 바람피운 남자에겐 선뜻 알려준 사실도 알게 됐다. 남자가 지난달 1일 오전 4시 30분에 보낸 ‘잘 자고 있어서 먼저 나가요 ㅎㅎ’란 문자메시지도 읽었다.
화가 난 남자는 여자친구에게서 남자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자친구 있는 줄 알면서 왜 그랬느냐고 묻자 남자는 “저랑 할 말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고선 전화를 끊은 뒤 번호를 차단했다.
글쓴이는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뭘 잘못했어? 뭘 잘못해서 그랬어?” 여자친구는 말했다.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알았던 사람이야. 그땐 그 오빠한테 여자친구가 있었어. 난 그 오빠가 좋아.”
더는 듣기 힘들어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제야 이상했던 여자친구 행동들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잦은 술자리, 없어진 체취와 바뀐 샴푸 향, 살찐 것 같다며 갑자기 시작한 운동…. 뜬금없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그 남자와 함께 피아노 연습실에 다녔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는 “얼마나 오래 바람피운 건지 감도 오지 않는다. 어디부터가 거짓이었는지 생각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다음날 문 앞에 작은 쇼핑이 걸려 있었다. 여자친구가 남긴 것이었다. 편지와 1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들어 있었다. 편지엔 “정말 미안하다. 오빠(글쓴이)를 기만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글쓴이는 여자친구가 왜 자신에게 100만원을 건넸는지 누리꾼들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돌려줘야 하는데 돌려주러 가는 길이 한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길이 이젠 무서워 돌려주질 못하고 있다. 그냥 이제 다 무섭다. 하나같이 무섭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자기 마음 편하자고 돈 봉투를 보낸 듯하다. 극혐지만 떨끝만한 양심이나 죄책감은 있는 인간인가 보다", "100만원 받고 쓰레기 하나 걸렀다고 생각하라", "100만원은 힐링용으로 그냥 사용하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쓴이가 올린 글>
내가 사랑한 여자가 다른 남자랑 잔걸 알게된 3월 2일, 그 날의 회고.
다른 남자와 잔 입술과 몸으로 보고싶다 말하며 내 품에 안기면 어떤 느낌일까?
그걸 알게된 난 며칠내내 역겹고 토가 나와. 배신감과 내 수치심에 죽으려고 마음도 먹었어.
그래서 그 날의 상세는 왜곡되기전에 이렇게 어딘가엔 보관이 되어야만하기에 글을 적어.
300일가량 만났고, 쾌활한 성격에 가치관이 참 바른 사람.아이처럼 웃는 게 예뻤어. 그 사람 옆에 붙어만 있어도 행복했고 빨리 결혼하고 싶단 마음뿐이었지 그 날 이전엔.
사건의 개요는 그래. 연휴근무가 끝나고 침대에 자고 있는데 약속시간보다 빨리 찾아온 그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머리 많이 길었네’하는 다정한 소리에 잠에서 깼어. 인스타그램에 여행가기로 한 곳 글에 좋아요 한 걸 보여준다길래 옆에서 봤어. 근데 그러다 못 볼 걸 본 거야.
평소 여자친구 핸드폰 안보거든 나. 근데 카톡 목록에 있는 남자 메시지를 봐버린 거지. ‘잘자요ㅎㅎ’ 별거 아닌 내용인데 뭔가 촉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게 왔던 거 같아.
처음엔 회사동료랑 술먹다가 알게된 업계사람이라하더라고. 근데 이상하잖아 연휴에 저렇게 연락한다는 게. 그래서 내가 보여달라 했지. 웃으며 의심하지 말래. 안 보여주면 의심할 거같으니 보여달라 했어. 인상이 굳으며 보면 오해할 꺼래. 보고 적정선에선 오해 안 한다 했지. 근데 갑자기 자기 의심하는 거 기분엄청나쁘다하더라고? 나는 얘 환경이 사람 많이 만나는 직업이어도, 의심 그런 거 한번도 안 해봤거든. 전화 안 될 때 걱정돼서 한 번 했었나? 그냥 이 사람은 그런 일이랑 거리가 멀 꺼라 생각했어. 항상 올바른 행동이랑 올바른 얘기만 했었거든.아무튼. 결국 핸드폰 열고 봤어. 그런데 바로 벗어둔 양말부터 신더라고.
뭐지?하면서 그 사람 카톡을 열어봤는데. 그냥 썸타는 사이에 나눈 카톡들이더라구. 나한테 ‘웅’ ‘응’ 단답하던 카톡들과는 달리 많은 내용들과 이모티콘. 대충 12월꺼까지 봤으니까 근 세달 넘게 나눴던 카톡들.
그중에서도 내가 충격받고 지금도 잠 못 자는 이유는 세 가진데.
첫째는 그 남자가 ‘남자친구 있으면 만나면 안돼요?’ 했던 말과 그 대답에 ‘왜 자꾸 그러세요. 탐나게’ 했던 그 여자의 말.
둘째는 집 위치가 어디냐는 말에 평소에 엄마가 위험하다고 남자친구한테도 알려주면 안 된다던 집을 순순히 말하던 그 여자의 카톡.
마지막으론 2월 1일 새벽 4시 30분경 ‘잘자고 있어서 먼저나가요ㅎㅎ’란 그 남자의 카톡.
여자의 변명은 집앞에서 대화하다가 방에 불이 꺼져서 자는 줄 알고 그렇게 보낸 거래. 내가 이제와선 병신이었던 걸 알지만, 그래도 끝까지 병신취급을 하니까 화가 너무 나더라고.
그러면서 ‘끝난 거지? 끝난 거잖아’하면서 되려 성질을 내길래 그냥 나가라 했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 남자얘기도 들어봐야 될 거 아니야 남자친구있는 거 알면서 만나자 한 건 무슨 생각이었냐고.
다시 와 달라했어. 그 사이에 카톡은 다 지워놨더라고. 그 남자한테 전화하라 했지. 근데 수화기너머로 그남자가 다정하게 그 여자 이름 부를까 봐 그냥 내 폰으로 했어. 여자가 욕하진 말아달라면서 리멤버를 키더니 그 사람 번호를 보여줘.
화가 나서 떨리는 손이랑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 나 누구 남자친구인데 누구 맞냐. 남자친구 있는거 알면서 왜 그랬냐. 두 마디하니까 ‘저랑 할 말이 아닌 거 같은데요’ 하고 끊고 차단하더라.
여자애한테 다시 걸라 했는데 여자 꺼도 안 받더라고.
다시 물었어. 내가 뭘 잘못했냐고. 뭘 잘못해서 그랬냐고 두 번 물었어.
이해가 안 갔거든. 나는 정말 내가 해왔던 연애중에 가장 최선을 다했거든.
그러니까 나 만나기 전부터 알았던 사람이고 그땐 그 오빠한테 여자친구가 있었대. 거기서 말을 끊었어야 했는데. 그 오빠가 좋다는 거야.
미안하다는 말 그런 말이 아니라.
그 오빠가 좋다는 거야. 더는 못 듣겠어서 나가라 했어.
그간 이상했던 점들이 퍼즐이 맞춰지더라고.
주중에 잦아진 술자리, 약속장소는 전부 을지로. 없어진 체취와 바뀐 샴푸향. 갑자기 살찐 거같다며 시작한 운동. 안 하던 피아노 연습실을 다니고, 평소완 달리 같이 가자고 물어보지 않는 클래식 공연 검색. 너네집 바뀌어있던 내 칫솔.
누구누구 언니가 갑자기 와서 나가본다던 저녁들은 다 그 남자와 있었고, 피아노 연습도 그남자랑 갔던 거였더라고. 심지어 나랑 헤어진 그 전날도. 얼마나 오래 바람핀 건지 감도 안와서 어디부터가 거짓이였을까 그게 가장 힘드네.
다음날 잠 한숨 못 자고 담배피려고 나가보니 문앞에 작은 쇼핑백안에 편지와 돈봉투가 걸려있더라고. 자기합리화뿐인 내용들, 가식으로 가득찬 편지와 돈 봉투에 담긴 백만원. 무슨 의미일까.
돌려줘야하는데. 돌려주러가는 길이 한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길이 이젠 무서워서 돌려주질 못하고 있어.
그냥 이제 다 무섭다. 하나같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