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휴대폰 압수하겠습니다” 요즘 2030 사이에서 핫플이라는 카페

2024-03-29 14:01

add remove print link

카페 이용 시간 동안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 기기 사용 못 하는 곳

휴대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어떤 사람들은 바쁜 현대 사회에서 휴대폰으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하지만 휴대폰을 통해 접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입장 시 휴대폰을 반납해야만 이용이 가능한 카페도 등장했다. 과연 사람들의 실제 반응은 어떨까.

해당 북카페 입구에 놓인 안내문 판넬 / 'X'(옛 트위터)
해당 북카페 입구에 놓인 안내문 판넬 / 'X'(옛 트위터)

"휴대폰 제출 시, 나가실 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간에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 오늘만큼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보세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북카페 입구에 붙은 안내문이다. 이 북카페는 보통의 북카페와 다르다. 휴대폰 사용이 아예 금지되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순간 직원들에게 휴대폰을 맡겨야 한다. 내부 사진을 찍을 틈도 주지 않는다. 중·고등학생 때나 당하던 휴대폰 압수를 성인이 돼서 겪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이 카페를 이용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에게 휴대폰을 뺏기는 것에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결국은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압수당한 휴대폰은 금고에 갇힌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나 노트북 등 모든 전자 기기 사용이 금지된다. 이 카페에서 허용되는 것은 오직 독서뿐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은 디지털 디톡스 덕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에 굉장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항상 인산인해가 이뤄지는 강남 한복판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평소에 책을 읽는 데 며칠씩 걸리는 사람들이 이곳에 오면 앉은 자리에서 1권을 금방 다 읽는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방문자들의 후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com

네이버 리뷰에 이 카페의 이용 후기를 남긴 A 씨는 " 휴대폰을 걷어가 주신 3시간 반 동안 책에 집중하며 독서 시간 뿌듯하게 가져갔다. 잘 큐레이션 된 사장님 추천책들이 즐비해서 '책을 사 가야 하나' 하는 고민, 걱정도 날려줬다. '이곳에 꾸준히 와서 저 책을 다 읽어낸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B 씨는 "디지털 기기 없이 한순간도 살아가지 않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공간"이라며 "책을 읽어야 하는데 생각만으로 쌓아두고 있다면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신 차려보면 해가 져 있을 것이며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C 씨도 "휴대폰 없이 내가 책을 이렇게 오랜 시간 읽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사장님이 직접 쓰신 책 두 권까지 구매해서 나왔다"라며 "정말 제가 이때까지 왜 성공할 수 없었는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바뀌기 위해 책도 구매했다. 이곳에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한 번씩 오셔서 체험해 보시면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ergey causelove-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ergey causelove-shutterstock.com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펴낸 책 '인간다움'에는 인공지능(AI)과 기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인간다움을 위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김 교수는 AI와 기계에 대한 의존이 위험한 이유에 대해 '자유 의지가 박탈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8일 중앙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유 의지, 즉 주체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지금은 '선택의 외주화'가 일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가 추천한 드라마, 멜론 등 음원 플랫폼이 추천한 음악, 유튜브가 추천한 영상만 소비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opartic-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opartic-shutterstock.com

김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자유를 빼앗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권한을 모두 존중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만이 가진 이성과 지식으로 선택하고 생각하며 표현할 수 있다. 혹시 당신도 지금 정보의 범람에 휩쓸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다면 잠시 휴대폰을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는 건 어떨까.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