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치료받고 싶습니다" 절규… 네이트판에 올라온 한국인 사연

2024-04-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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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못 내 캄보디아서 여권 압류…누워서 불체자 될 판”

이하 캄보디아 여행 중 뺑소니 사고를 당한 제보자. / 네이트판
이하 캄보디아 여행 중 뺑소니 사고를 당한 제보자. / 네이트판

캄보디아를 여행하던 한국인 청년이 현지인의 역주행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뺑소니 피해자인데 여권과 전 재산을 잃고 불법체류자가 되게 생겼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세계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를 관람하기 위해 지난달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 도착했다는 A 씨는 현지 일상을 자세히 보려고 110cc 바이크를 빌렸다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8일 이른 저녁 시간대에 일어났다.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주변이 어두워지자 A 씨는 일찍 숙소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6차선 도로에 진입해 숙소로 돌아가던 A 씨는 어둠 속 멀리서 차량의 라이터가 희미하게 보였다고 했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승용차가 역주행하고 있으리라 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역주행 차량이 가까워지자 무방비 상태였던 A 씨는 급하게 바이크를 세웠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사고로 A 씨는 다리가 뒤로 꺾였고 골반이 튀어나왔으며 치아 여러 개가 부려지는 중상을 입었다.

가해 차량은 사고 직후 도주했지만, 현지인들이 차량의 번호판을 찍어 뺑소니 사건으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네이트판
네이트판

현지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병원이 '수술받고 싶다면 응급수술비와 입원비로 한화 약 3000만원을 지불하라'는 계약서를 내밀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돈이 없었지만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낙담했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A 씨에게 손길을 내민 쪽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인회 목사와 선교사였다. 이들은 A 씨가 역주행 사고로 부상을 입었다는 점을 증명해 주는 등 물밑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치솟는 병원비 탓에 지난 1일 가해자 측과 합의하러 현지 경찰서에 간 A 씨는 2차 충격을 받았다.

가해자는 도주해 나오지도 않았으며, 가해자 측 변호사는 되레 A 씨의 과실을 주장하는 등 고자세로 일관했다.

이에 주캄보디아 한국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한 A 씨는 세 번째 좌절을 맛보게 됐다. '가해자와 합의하면 된다', '영사관은 수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맥없는 얘기만 돌아왔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막대한 병원비를 내지 못하자 A 씨가 입원한 병원은 그의 여권을 압수했다.

긴급 여권도 알아봤지만 영사관 측은 기존 여권이 분실된 게 아니라 압류된 것이기에 발급해줄 수 없다고 했다. 비자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A 씨는 불법 체류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A 씨는 "걷고 뛰고 라이딩 하는 걸 삶의 낙으로 여기며 살던 저는 순식간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음식을 씹지도 못하고, 입도 다 벌어지지 않는 처지가 됐다. 화장실을 가려면 간호사 두명이 부축해야 한다"며 "한국으로 귀국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