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서 여자 대리님과 있었던 일을 소개합니다... 이거 그린라이트 맞나요?”

2024-04-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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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치고 20만원은 좀 센데? 밥 사야 하는 거 아니야?”

이하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이하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어리바리한 회사 신출내기 남자 직원이 노련한 여자 선배의 작업에 낚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에 '이거 결혼 각 맞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인 회사의 막내뻘 남자 직원 A 씨는 "같은 부서 대리 누나(선배)가 이번 주 토요일에 친척 결혼식 가야 하는데 차가 없다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며 사연을 꺼냈다.

둘 다 사는 곳은 서울인데 결혼식은 차로 3시간 가까운 거리인 충북 청주시에서 한다는 것. '썸'을 타는 사이도 아닌데 너무 당연하게 요구하는 모습에 A 씨는 동공 지진을 느꼈다.

그래도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 알겠다고 승낙한 뒤 당일 아침 8시에 누나 집으로 픽업을 갔다.

그래서 누나랑 같이 청주시에 내려가게 됐는데, 가는 길에 누나가 "사실 우리 부모님은 널 내 남자친구로 알고 있다"며 본심을 드러냈다.

이유를 묻는 A 씨에게 누나는 "부모님이 사귀는 사람 없느냐고 채근해 사내에서 만나는 사람 있다고 했다. 그러니 얼굴 한 번 보고 싶다고 데려오라고 하더라. 30만원 줄 테니 부탁 좀 하자"며 일일 알바를 제의했다.

A 씨가 "근데 왜 하필 저예요?"라고 묻자 누나는 "다른 부원들은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도 하고 너는 부탁하면 잘 들어줄 것 같았다"고 달랬다.

A 씨는 결혼식 가서 누나 부모님 만나 사귄 지 1년 됐다고 거짓말했는데 무사히 잘 넘어갔다.

그날 저녁쯤에 귀경해 누나를 집까지 태워다주고 집에 와보니 A 씨의 통장에 50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알바 일당이었다.

A 씨가 누나에게 카카오톡으로 "30만원 주기로 한 거 아니었냐"고 묻자, 누나는 "기름값"이라고 선심을 썼다. 공돈에 들뜬 A 씨는 "헉 감사합니다. 누님 언제든 불러주세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 30분쯤 지났을까, 누나로부터 "기름값치고 20만원은 좀 센데, 네가 밥 한 번 사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톡이 왔고, A씨는 얼떨결에 주말에 식사를 대접하겠노라고 했다.

A 씨는 "오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누나가 '야 넌 원래 카톡 잘 안 하느냐"며 내 등짝을 때리고 지나가더라"며 "이거 그린라이트 맞느냐"고 물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