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 환우들의 열두 번째 이야기

2024-05-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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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은 오랜 기간 천천히 생긴다는데 극복도 천천히 해보자

대상을 수상한 정 모씨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한 뒤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갈 때마다 손녀와의 영상통화를 하며 '할부지 소풍갔다 올게'라고 인사를 하고 의학원으로 향한다. / 사진제공=동남권원자력의학원
대상을 수상한 정 모씨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한 뒤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갈 때마다 손녀와의 영상통화를 하며 '할부지 소풍갔다 올게'라고 인사를 하고 의학원으로 향한다. / 사진제공=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최근 개최한 제 12회 암수기 공모전에서 총 102편의 수기가 접수된 가운데, 대상 1편과 최우수작 1편 우수작 1편, 장려상 2편 등 다섯 편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대상을 수상한 정 모씨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한 뒤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갈 때마다 손녀와의 영상통화를 하며 '할부지 소풍갔다 올게'라고 인사를 하고 의학원으로 향한다. 힘들고 진절머리가 날 때도 있지만 매번 반갑게 맞아주는 간호사들 덕분에 소풍가는 마음으로 간다는 것이다.

정 씨는 "항암 때마다 등을 어루만져 주면서 격려해 주는 의학원 이하영 과장 덕분에 힘이 난다"며 "완치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저 오늘도 돼지국밥 한 그릇 앞에 두고 점심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저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 모씨는 아버지의 투병 사연을 전했다. 김씨는 "아무런 준비없이 암을 마주한 우리는 이제 갓 발걸음을 뗀 어린아이 같았다"면서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의 신속한 판단 덕에 늦지 않게 수술을 할 수 있었고 유전자 변이도 발견해 의료 공백없이 표적 항암 치료도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빅5니 뭐니하며 유수의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공백으로 여러 환자들이 곤란한 상황이 되는 걸 보면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존재가 얼마나 고맙고 든든한 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려상을 수상한 이 모씨는 "암 수술 후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것만 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며 "남들이 영어 공부하기, 자격증 따기 등의 계획을 세울 때 나는 응급실에 실려 가지 않기, 꼭꼭 씹어 먹기 등의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그는 "문득 암이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생긴다는 자료를 읽었다"며 "세상을 정말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된 것이 암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 여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장을 내어주고 이만한 행복을 얻었으면 역시 나는 거래를 참 잘한다고 농담하는 여유도 생겼다"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보고 온 날 아이가 환갑이 될 때까지 살아야겠다며 남편과 크게 웃기도 했다"고 수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암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자에게는 1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최우수상은 50만원, 우수상은 30만원,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1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되었다. 1회부터 12회까지 수상한 작품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