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한 60대 택시기사... 사실은 가속페달만 일곱 번 밟았다
2024-07-0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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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공개돼 화제 모았던 급발진 주장자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60대 택시기사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택시를 담벼락으로 돌진시키는 사고를 적이 있다. 운전자는 급발진으로 벌어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갑자기 언덕에서 차가 안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니 차가 확 나가고 브레이크도 먹통이었다고 했다. 택시기사라면 운전에 능숙할 터. 정말 급발진 사고였을까.
마침 해당 택시엔 페달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다. 운전자가 차량에 360도 블랙박스를 탑재하면서 페달을 비추는 블랙박스도 설치한 까닭이다.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했다. 급발진이 아니었다. 블랙박스 영상엔 택시기사가 가속페달을 일곱 차례나 밟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택시기사는 담벼락을 충돌하기까지 119m를 달리는 동안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해당 페달 블랙박스 영상의 내용을 지난 2월 자동차 국제기준제정기구(UN WP29.) 산하 페달오조작(ACPE) 전문가기술그룹 회의에서 PPT 자료로 소개한 바 있다. 급발진으로 사고를 냈다고 주장하는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모습을 담은 시각물이 공개된 것은 세계 최초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유튜브 채널 ‘김한용의 모카’는 4일 이 영상을 소개하며 "차가 튀어 나갈 때 (택시기사처럼 운전에) 노련한 사람이 어떻게 (페달을) 옮겨 밟지 못할까.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튀어 나가면 ‘어? 아니었구나’ 하고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널 진행자는 "차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가 당황하면 노련한 택시 운전사도 절대 이 페달(가속페달)에서 발을 쉽게 뗄 수 없다. 이미 머릿속에서 급발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급발진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사람에게 급발진을 막는 방법이라곤 지금 밟고 있는 페달을 더 밟는 것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운전에 능숙한 사람들도 페달을 잘못 밟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차량 전체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내년 6월부터 일본의 모든 신차는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PMPD: Pedal Misapplication Prevention Device)를 설치해야 한다.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막기 위한 방안이란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