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갑갑하다”…개근거지 비하에 부모는 한숨·외신은 '깜짝'

2024-07-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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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 6일(현지 시각) 다룬 내용

한국 초등학생 간에 '개근거지'라고 비하하는 현상이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며 인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며 인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한국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개근거지'라는 비하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20년 새로운 신조어로 등장한 이 표현은 지금까지 꾸준히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개근거지 뜻은 해외여행이나 체험학습을 가지 않고 꾸준히 학교에 출석하는 학생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 표현이 외신에서 최근 주목받았다.

홍콩 신문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개근거지는 누구인가? 일하고 공부만 하며, 즐기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으로 이 문제를 지난 6일(현지 시각) 다뤘다.

SCMP는 전통적으로 개근은 도덕적인 의무로 간주됐으나 최근에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변화로 인해 이러한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완벽한 출석은 여행이나 휴식을 위한 시간과 돈이 없어 학습과 수입 창출에만 전념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 A 씨의 사례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조명했다.

A 씨는 당시 "아들이 친구들에게 '개근거지'라는 놀림을 받아 울었다. 학기 중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받았으나,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국내 여행을 제안했지만 아이는 해외여행을 원했다고 전했다. A 씨의 아들은 "한국으로 가기 싫다.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할 때 창피하다"고 말하며 괌, 싱가포르, 하와이 등으로 체험 학습을 다녀온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결국 A 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아내와 아들만 해외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A 씨는 "모든 가정이 각자의 분위기가 있겠지만, 나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자라고 부모께서 키워주심에 감사하면서 자랐다. 요즘은 정말 비교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다. 참 갑갑하다. 사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SCMP는 한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개근거지라는 용어는 물질주의와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 등으로 인한 사회적 압박과 연관이 있다. 이 용어가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아동학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성장기에 '개근거지'라는 말을 들으면 그 낙인이 평생 상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후 하교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뉴스1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후 하교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뉴스1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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