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클린스만 전 감독 때문이다” 말 나오는 이유

2024-07-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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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사령탑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뉴스1
홍명보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뉴스1
홍명보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뉴스1

“모든 게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코미디에 가까운 과정을 거쳐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택한 것을 두고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축구협회는 성적 부진과 전술적 역량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클린스만 전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후임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5개월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처음에 축구협회는 국내파 감독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아는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외국인 지도자 쪽으로 선회했다. 협회는 임시 감독을 두 번이나 선임하기까지 하면서 후임자를 물색했지만 진척은 더뎠다. 재정 문제 때문에 외국인 명감독을 선임하는 게 애초 불가능했음에도 이런 현실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2026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까지 계약돼 있던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했다. 이에 따라 남은 계약 기간까지의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클린스만 전 감독 연봉은 220만 달러(약 29억원)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데려온 전 외국인 코치진의 연봉을 합하면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만 1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축구협회 전체 예산(1876억원)의 5%가 넘는다.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지급할 위약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축구협회로선 명장을 데려오는 데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여러 축구팬이 클린스만 전 감독을 ‘원흉’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물론 팬들도 근원적인 책임이 축구협회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독단이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축구협회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건 분명하다.

외국인 감독들은 높은 연봉과 다양한 부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협회의 현재 재정 상태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상당수 외국인 감독은 클린스만 전 감독처럼 국내 체류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 축구협회로선 많지 않은 연봉, 한국 체류 근무 등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외국인 감독을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시간만 축낸 셈이다.

그러면서도 축구협회는 유명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작업을 밟고 있다는 시그널을 흘렸다. 실제로 축구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급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5월 KBS 라디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협회가) 들으면 깜짝 놀랄 파격적인 감독을 만났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클롭 감독 수준의 사령탑이냐”는 질문에 “전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

현실은 달랐다. 최종 후보를 추리기 직전 17명이 남은 후보군을 두고 일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 사이에서 급이 너무 낮은 게 아니냔 말이 나왔다. 전력강화위원들조차도 축구협회가 명장을 데려오겠다는 ‘여론전’을 벌이며 사실상 허송세월했다고 비판한 셈이다.

실제로 전력강화위원인 전 국가대표 박주호는 홍명보 감독이 선임된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어떻게 보면 빌드업이다. 회의 시작전부터 ‘국내 감독이 낫지 않느냐’는 대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폭로했다.

분노한 축구팬들이 홍명보 감독을 성토하고 있다. 돌고 돌아 국내파를 선택한 축구협회가 ‘독이 든 성배’를 받고 안 그래도 무거울 홍 감독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들어버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