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위한 업무에 필요한 돈으로 12번 '술판' 벌인 군인

2024-07-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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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사실심의위원회 소속 중령

현역 군인이 참전용사들을 위해 마련된 돈을 멋대로 썼다.

2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의 한 부서 A중령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군검찰에 송치됐다.

A중령은 참전사실심의위원회에서 일했다. 참전 신청자가 실제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참전 여부를 판단하는 부서다.

대령급의 심의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위원이 신청자의 제출서류·역사자료 등을 검토한다.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신청자의 실제 참전 여부를 확인한다.

남양주 지역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26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육군 제7포병여단에서 열린 참전용사 초청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남양주 지역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26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육군 제7포병여단에서 열린 참전용사 초청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국가보훈부(이전 국가보훈처)는 심의위의 확인을 근거로 신청자의 국가유공자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이토록 임무가 막중한 부서에서 A중령은 참전용사를 위해 써야 할 운영비를 음주 회식 등에 썼다.

A중령 등은 법인카드로 ‘참전사실심의위원회’의 참석자에게 주는 도시락 비용을 부풀려 선결제하고 잔액을 선불카드에 충전하거나 음식점 명함에 적어 나중에 부서 음주 회식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22년 3월 15일 열린 심의위원회의 도시락 비용으로 서울의 한 보쌈집에서 30만 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에 참가한 위원은 7명이고 해당 보쌈집의 가장 비싼 도시락 메뉴는 2만 원 선이었다. 가장 비싼 메뉴를 인원에 맞춰 주문해도 14만 원 정도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나머지 16만 원을 음식점 명함에 모아 회식 등에 썼다.

A중령 등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최소 12번 넘게 음주 회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의 전체 배임 금액만 최소 300만 원 선이다.

A 중령 등은 문서 결재 등 방식으로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도 심의위원회를 연 것처럼 꾸미고 음주 회식을 한 적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참전단체 간담회를 열었다고 보고한 뒤 면세 주류 등을 구매한 적도 있다.

A중령은 현재도 해당 부서에서 근무 중이다.

국방부 측은 경향신문에 “현재 군검찰에서 수사 중”이라면서도 “세부 내용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군에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고 군에 관련 자료도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진행 중인 수사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서울 용산경찰서는 국방조사본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A중령과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민간인 신분인 군무원 B씨와 대체 요원 C씨를 지난해부터 수사하고 있다"면서 "A중령의 반론을 구하려 사무실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군무원 B씨는 개인적으로 할말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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