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없이..." 북한 유도 은메달리스트 이창수, 한국에 패한 뒤 탄광으로 끌려갔다

2024-08-0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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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탔더니 탄광으로 바로 가더라”

북한 유도 영웅 이창수가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후 탄광으로 끌려갔다.

전 북한 유도 선수 이창수 젊은시절. / 티캐스트 E채널 '한끗차이'
전 북한 유도 선수 이창수 젊은시절. / 티캐스트 E채널 '한끗차이'

7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의 '한끗차이'에서는 이창수의 탈북 스토리가 공개됐다. 그는 1990년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의 정훈에게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이창수는 북한으로 돌아가자마자 탄광에 끌려가는 참담한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창수는 북한에서 8년 동안 1위를 놓치지 않은 국민 스타였다. 4개의 훈장을 받은 '공훈체육인'으로서 운동에 대한 열정이 컸다. 그러나 한국 선수에게 패배한 후 곧바로 탄광으로 끌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2등 했다고 탄광으로 보내는 건 너무한 일이다. 운동도 못 그만두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땅에서 내 자식을 낳아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창수는 "창피했다, 화려하던 게 다 없어지고 탄광에서 석탄을 푸면서 '이게 뭔가' 생각했다"라며 "그 다음 국제 대회에서 탈북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유도 이창수 근황. / 티캐스트 E채널 '한끗차이'
유도 이창수 근황. / 티캐스트 E채널 '한끗차이'

특히 당시 이창수는 1989년 세계 유도 선수권 대회에서 만난 대만 여자 유도 국가대표 진영진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고작 10여 일밖에 안 되는 대회 기간 동안 짧은 연애를 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진심이었다.

이창수는 탈북 전 진영진에게 "당신은 꼭 내 사랑이오. 그때까지 기다려주오"라는 편지를 쓰며 계획을 털어놓았다. 결국 이창수는 코치가 잠든 틈을 타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위험한 탈북을 감행했다.

이후 진영진은 이창수의 귀순 기사를 보게 됐다. 가족과 친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나만 믿고 왔다. 나도 가서 찾아야 한다"며 한국으로 향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국에서 재회한 지 3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진영진은 "그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미쳤었다. 솔직히 창수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을 거다. 그래서 가기로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창수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내가 힘들 때 날 많이 도와줘서 이 사람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사랑의 불시착'은 우리다"라고 말했다.

이창수와 진영진 부부, 국경을 넘은 사랑. / 티캐스트 E채널 '한끗차이'
이창수와 진영진 부부, 국경을 넘은 사랑. / 티캐스트 E채널 '한끗차이'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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