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우승 한국계 교토국제고, 결승 확정 짓고 울려 퍼진 '한국어 교가'에 일본 “나라망신”
2024-08-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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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에 대한 일본 현지 반응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일본 야구의 성지 고시엔에서 한국계 민족학교로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앞서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진 한국어 교가에 대한 일본 현지인들의 반응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교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교토국제고의 선발 투수 나카자키 루이는 9이닝 동안 104구를 던지며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이어 연장전에서 니시무라 이키가 마운드에 올라 무사 만루의 위기를 극복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는 시종일관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교토국제고는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번번이 상대 수비에 막혔다. 특히 9회 말에는 위기 상황에서도 나카자키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연장 10회 초 교토국제고는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대타 니시무라가 페이크 번트 슬래시 작전을 성공시키며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이후 가네모토 유고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10회 말 니시무라의 실책으로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끝내 1점만 허용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승리로 교토국제고는 고시엔에서 처음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한국어 교가를 부르며 감격의 순간을 함께 나눴다.
앞서 지난 21일 교토국제고가 아오모리현 대표인 아오모리야마다(青森山田)고교에 3대 2 역전 승을 거둬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한국어 교가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하자 한국은 물론 일본인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해외 반응 번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교토국제고 결승 진출 소식을 담은 기사 댓글에서 일부 일본인들은 "고시엔 같은 거 요즘은 선수 가족이나 기성세대나 보니까 누가 이기든 아무 상관 안 해", "일본 고교생들은 더 이상 야구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건가? 진짜 부끄럽네", "여기 제대로 인정받은 고등학교 맞아?", "일본 망신"등과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일본이 약한 거니 어쩔 수 없다", "이쯤 되면 꼭 우승해 줬으면 좋겠어", "이번 결승전은 꼭 봐야겠어 재밌겠네" 등 교토국제고의 선전을 응원하는 반응 역시 잇따랐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설립한 한국계 학교로 교토조선중학으로 개교한 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산하 교토한국학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고교생을 합쳐 전교생이 160여 명이며 재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 학생은 3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야구부 창단 이후 꾸준히 실력을 쌓아왔다. 특히 2021년 봄 고시엔에서 처음으로 전국무대에 데뷔한 뒤 이번 여름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번 우승은 교토국제고의 저력을 확인시켜준 동시에 재일 한국인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