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의사, 대장내시경 중 환자 장기에 구멍 났는데도 “할일 다 했다”
2024-09-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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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의무를 다해도 불가피하게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
내시경 중 환자 장기에 손상을 입힌 의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지난 2일 인천지법 형사 5-1부(부장판사 강부영)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74)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대장내시경 중 환자의 장기에 천공(구멍)을 냈다. 이후 양측간 법적인 다툼이 벌어졌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A 씨는 2021년 4월 21일 오전 9시 10분쯤 경기 부천의 한 내과의원에서 70대 여성 B 씨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다가 B 씨의 결장에 천공을 냈다.
B 씨는 대장내시경 직후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사흘 뒤 급성 복통으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결장 천공과 복막염 진단을 받고 이튿날 수술을 받은 후 10여일 뒤 퇴원했지만 재발해 일주일간 또 입원해야 했다.
결국 B 씨는 A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의료과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 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환자 나이가 많고 과거 자궁적출 수술을 받아 결장이 좁아진 상태였다"며 "이런 경우 의사는 내시경을 조작할 때 대장 벽에 부딪혀 천공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결장에 내시경이 잘 들어가지 않자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했고, 결국 내시경이 결장 벽에 부딪혀 천공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반박했다. 그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대장내시경 검사 시 천공 합병증의 빈도가 0.8% 이하로 발생해 주의의무를 다해도 불가피하게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검사 후 B 씨에게 엑스레이 검사도 실시했지만 명확한 천공 소견이 없어 퇴원 조치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이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 씨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걸로 봤다.
A 씨는 결국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 역시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증상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퇴원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회복하기까지 30분~1시간 가량 걸리는데 B 씨의 경우 회복하는 데 5시간 넘게 걸렸다면 상급 병원으로 옮기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평균적인 내과 전문의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가 복막염 등 중상해를 입었다"며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