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픽' 쓰러졌다가 급사...대부분의 사람이 '공황장애'로 착각한다는 병
2024-09-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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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포츠 스타를 앗아간 부정맥
부정맥은 건강한 스포츠 선수조차도 갑작스럽게 쓰러뜨릴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2021년 덴마크와 핀란드 대표팀의 경기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갑자기 쓰러진 장면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에릭센은 심폐소생술과 자동 제세동기(AED)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고, 이후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체내에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이 덕분에 그는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해 현재 덴마크 국가대표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세르히오 아구에로도 부정맥으로 인해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2000년 롯데 자이언츠의 임수혁이 부정맥으로 쓰러져 10년 가까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있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2011년에는 '영록바'로 불리던 신영록이 대구FC와의 경기 중 부정맥으로 쓰러졌으나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지만, 결국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장이 너무 늦게 또는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박동하게 된다.
심장동맥질환, 심부전증, 갑상선기능장애, 고혈압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유전성 부정맥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대한심장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급성 심장마비로 숨진 1979명 중 14.7%가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이었다.
부정맥의 치료는 그 종류에 따라 다르다. 에릭센처럼 심실빈맥 환자는 ICD를 삽입해 맥박이 급격히 빨라질 때 전기충격을 통해 심장을 정상화시키는 치료를 받는다. 맥박이 지나치게 느린 서맥성 부정맥 환자는 인공심장박동기를 체내에 삽입해 심장을 뛰게 한다.
심방빈맥과 심방세동 환자는 전극도자절제술을 통해 심장의 정상적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부위를 제거하는 치료를 받는다. 대부분의 부정맥 환자는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 디곡신(digoxin), 항부정맥제 등 약물을 복용하지만, 최근에는 근원치료를 통해 약을 끊는 환자도 늘고 있다.
부정맥 환자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의 병을 공황장애로 착각해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부정맥 환자 10명 중 1~2명은 자신의 병을 공황장애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이는 급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두근거림, 호흡곤란, 기절, 순간적 흉통, 목 부위의 극심한 불쾌감, 극심한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즉시 부정맥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중 급사 사례가 있거나 부정맥, 실신 등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정맥의 진단은 심전도 검사, 24시간 심전도 검사,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연속 심전도 검사를 통해 부정맥의 오진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심전도 패치를 가슴에 부착해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검진을 받는 동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검사의 방법이 아니라 환자가 검사를 받는 것이다. 부정맥은 건강한 스포츠 선수조차도 갑작스럽게 쓰러뜨릴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가족력이나 과거력이 있거나 최근에 이상 증상이 있었다면 부정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자신을 지키고 가족을 슬픔의 구렁텅이로 빠뜨리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