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로나인 줄 알고 샀는데 메론바... "베끼지 말라" 소송 낸 빙그레가 진 이유

2024-09-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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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과일 본연의 색상, 특정인 독점 못해”

빙그레 메로나(위), 서주 메론바. /  각 사 홈페이지 캡처
빙그레 메로나(위), 서주 메론바. / 각 사 홈페이지 캡처

빙그레가 자사의 아이스크림 ‘메로나’ 포장지 형식을 사용하지 말라며 경쟁 아이스크림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주는 10년 전 유사 상품 ‘메론바’를 내놓은 뒤 빙그레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이현석 부장판사)는 최근 빙그레가 “메로나 아이스크림 형식의 포장을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지 말라”며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빙그레는 1992년 '메로나'를 출시해 국내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안착시켰다. 최근엔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연간 1800만개를 판매하고 있다. 서주는 2014년 유사한 포장을 사용한 아이스크림 '메론바'를 내놨다.

빙그레 측은 서주가 포장지 디자인부터 베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두 회사의 제품 디자인을 보면 비슷하다. 포장 껍질 양쪽 끝은 짙은 초록색이지만 가운데는 옅은 색이고, 좌우로 멜론 사진을 배치시킨 점, 네모반듯한 글씨체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빙그레는 "차별화된 포장으로 국내에 널리 인식됐고, 이는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며 ‘메론바’ 포장 사용 중지와 포장 재고 폐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빙그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품의 포장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상품에 따라 한정돼 있어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에 있어 그 과일이 가지는 본연의 색상은 누구라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일의) 본연 색상은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식품업계 '미투 상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업계 특성상 한 제품이나 소재가 인기를 끌면 비슷한 상품들이 연달아 출시되곤 한다.

미투 상품은 ‘나 역시’라는 뜻의 영단어 ‘미투’와 상품을 결합한 말이다. 특정 회사 상품이 화제를 일으켰을 때 경쟁 회사에서 기능과 재료, 상품명 등을 따라 만들어 출시한 제품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는 미투 상품으로는 ‘초코파이’가 있다. 초코파이의 원조인 오리온 ‘초코파이情’은 1974년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롯데, 해태 등에서도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오리온은 롯데 초코파이에 대해 상표권 무효심판까지 청구했으나, 초코파이라는 말 자체가 보통명사처럼 여겨져 기각됐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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