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로 전국 곳곳 물난리... 산사태·싱크홀 등 피해 속출 (사진 14장)
2024-09-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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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600여명 대피
21일 열대저압부로 약화된 14호 태풍 '풀라산'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전날부터 쏟아진 400mm 이상의 폭우로 인해 땅꺼짐, 산사태, 정전 등 다양한 피해가 속출했고, 일부 주민들은 긴급 대피해야 했다.
경남 창원에선 482.5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전체가 물에 잠겼다. 창원뿐 아니라 김해, 고성, 양산 등 경남 각지에도 200~400mm의 비가 내려 도로 곳곳이 침수됐고, 교량과 산책로, 주차장 등 300여 곳이 통제됐다. 창원터널과 불모산터널도 산사태 우려로 통제됐다가 오후에야 통행이 재개됐다.
부산 역시 270.9mm의 비가 쏟아지면서 강서구, 부산진구 등지에서 도로 침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사상구에선 깊이 8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오전 10시 13분께 부산진구의 한 도로 맨홀 주변이 역류한 물에 아스팔트가 산산 조각났다. 해운대 벡스코와 올림픽교차로 일대·연제구 거제동·강서구 지사동·부산진구 범천동 등 상습 침수 지역의 경우 주민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 부산 전역에서 161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도로 및 차량 침수가 30건, 맨홀 역류 신고가 20건을 넘었다. 강풍과 폭우가 겹쳐 가로수가 쓰러지고 도로는 물에 잠겨 차량 운행이 어려워졌다.
폭우로 인해 남부지방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주민 대피도 이어졌다. 경남 창원, 김해, 합천 등에서 600여 명이 산사태와 하천 범람을 우려해 대피했으며, 전남 장흥, 광양, 담양에서도 수백 명이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전북 진안군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도로가 통제됐고, 충남 서산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주민들이 대피했다.
또한 충북 청주에서는 병천천 범람 우려로 인근 보육원 직원과 학생 50여 명이 대피했고, 세종에서는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경북에서는 400명 넘는 주민이 미리 대피해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
철도와 여객선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경부선, 호남선, 경전선 등 주요 철도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으며, 인천과 연평도, 백령도 등 13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특히 강릉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운항이 중지돼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북, 전남, 경남 지역의 농경지에서는 벼와 원예작물이 물에 잠기거나 쓰러지면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전북 익산, 김제, 군산 등지에서 700여 헥타르의 벼가 쓰러졌고, 전남 지역 논에서도 수확을 앞둔 벼가 큰 피해를 입었다.
해상에서도 강풍과 높은 파고로 인해 위험이 이어졌다. 제주도에서는 카약을 타던 관광객이 표류하다가 구조됐고, 해안가의 안전도 크게 위협받았다. 최대 파고가 5m 이상을 기록한 곳도 있어, 해안가 지역 주민들의 주의가 요구됐다.
산림청은 부산, 전남, 전북 등 9개 시도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나무가 쓰러지고, 토사가 유출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강원 춘천에서는 낙석이 발생해 국도 주변이 통제됐으며, 전남 광양에서는 나무가 쓰러져 전신주를 덮치면서 248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번 폭우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응급 구조 사례가 이어졌다. 강원 설악산에서는 등산객들이 계곡물에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으며, 충남 서산에서는 엘리베이터 통로에 빗물이 쏟아져 작동이 멈추기도 했다.
태풍 풀라산이 지나간 뒤에도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