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 타고 아이슬란드까지 온 아기 북극곰, 쓰레기 뒤지다 ‘비극적인 최후’
2024-09-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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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찾아 헤매다 끝내...
유빙을 타고 아이슬란드까지 온 것으로 보이는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쓰레기를 뒤지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아이슬란드의 외딴 마을에서 발견된 희귀 북극곰이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돼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북극곰은 아이슬란드 웨스트피오르드에 있는 마을에서 경찰에게 사살됐다.
당국에 따르면 북극곰은 북서쪽 끝 지역에서 발견됐으며, 경찰은 국가 환경청과 협의 후 곰을 이송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사살했다.
헬기 옌손 웨스트피오르드 경찰서장은 "우리가 좋아서 한 일은 아니다"라며 "곰이 한여름 별장에 매우 가까이 있었고 별장 안에 노부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부인은 혼자 있었고, 곰이 쓰레기를 뒤지는 소리에 겁을 먹고 2층으로 피신했다. 그는 위성 전화로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딸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부인은 여름 별장에 머물던 다른 사람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간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곰이 위험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자연사 연구소의 과학 컬렉션 디렉터 안나 스베인스도티르는 "북극곰은 아이슬란드의 토착 동물이 아니지만 때때로 그린란드에서 떠내려오는 유빙을 타고 아이슬란드 해안에 도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북쪽 해안에는 많은 빙산이 목격됐다.
북극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있다. 2017년 와일드라이프 소사이어티 불리틴(Wildlife Society Bulleti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 얼음이 줄어들면서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육지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인간과의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연구는 북극곰과 인간의 갈등이 증가하면서 양쪽 모두에게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1870~2014년 캐나다, 그린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에서 기록된 73건의 북극곰 공격 중 20명이 사망했고 63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중 15건은 마지막 5년 동안 발생했다.
이번에 사살된 곰은 2016년 이후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목격된 북극곰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북극곰을 보는 일은 매우 드물어 9세기 이래로 약 600건만 기록됐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북극곰이 보호종으로 지정돼 해상에서 곰을 사냥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곰이 인간이나 가축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사살이 허용된다.
2008년 두 마리의 북극곰이 도착했을 때, 멸종위기종을 사살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당시 환경부 장관은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특별 기구를 설립했다. 이 기구는 떠돌이 북극곰을 사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특별 기구는 비토착 종인 북극곰이 사람과 동물에게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으며, 곰을 약 290km 떨어진 그린란드로 돌려보내는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동부 그린란드에는 건강한 북극곰 개체군이 존재해 이번에 발견된 곰도 그곳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살된 북극곰은 어렸다. 몸무게가 150~200kg으로 추정됐다. 북극곰 사체는 연구 목적으로 자연사 연구소로 옮겨졌다.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날 곰의 표본을 채취했다. 연구소는 "곰의 기생충 감염 여부와 장기 건강 상태, 체지방 비율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곰의 가죽과 두개골은 연구소의 컬렉션에 보관될 수 있다.
경찰은 해안경비대 헬리콥터를 투입해 북극곰이 발견된 지역을 수색했으나 추가로 발견된 곰은 없었다고 전했다.
북극곰을 신고한 노부인은 그 마을에 좀 더 머물기로 했다고 경찰서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