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가 증명한 180분… 이래서 아이유, 아이유 하는구나 [종합]
2024-09-23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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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뜻깊은 백일잔치 펼친 아이유
“이번 투어에서 느낀 감정을 좋은 음악에 담아 올게요.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믿고 듣는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100번째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2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HEREH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 THE WINNING, 이하 '더 위닝') 두 번째 공연이 열렸다.
지난 21일, 22일 양일간 진행된 '더 위닝'은 국내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5개월간 18개 도시를 돌며 팬들과 가까이서 호흡한 아이유의 월드 투어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공연이다. 티켓 예매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번 공연에는 양일간 약 10만 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부터 2030 청년층, 중장년층까지 현장에 모인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은 아이유의 MD를 구입하거나,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공연을 기다렸다.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해외에서 온 팬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아들과 함께 찾았다는 50대 여성 A씨는 “아들이 팬이라 같이 오게 됐다.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인데 아이유 씨 공연은 나처럼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 같아서 좋다.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으로 보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다르더라. 앞으로는 종종 아들과 데이트로 아이유 씨 공연을 찾을 예정이다”라며 웃었다.
데뷔 때부터 아이유를 좋아했다는 30대 남성 B씨는 “아이유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 또한 함께 성장했다. 힘들 때는 아이유의 노래로 위로를 얻었고, 기쁜 일이 있을 땐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축하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 나이 들어가는 아티스트와 팬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공연은 앙코르를 포함해 총 5개 파트로 나뉘어 진행됐다. ‘힙노틱’(Hypnotic, 최면을 거는 듯한), ‘에너제틱’(Energetic, 활기찬), ‘로맨틱’(Romantic, 사랑에 빠진), ‘익스테틱’(Ecstatic, 황홀경의), ‘히로익’(Heroic, 영웅적인) 등 각 콘셉트에 맞는 곡들로 마련됐다.

이윽고 해가 지고, 오후 7시가 되자 본격적인 공연의 막이 올랐다. 웅장한 밴드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리프트를 타고 등장한 아이유는 첫 곡 ‘홀씨’로 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잼잼’, ‘어푸’, ‘삐삐’, ‘Obliviate’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몰입감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부의 문은 ‘셀러브리티(Celebrity)’로 열렸다. 이어 ‘블루밍(Blueming)’, ‘라일락’, ‘관객이 될게’ 등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들이 연이어 펼쳐졌고, 신곡 ‘바이 썸머(Bye Summer)’ 무대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특히 아이유는 플로어석을 가로질러 2층 관객석 바로 앞에 추가 무대를 마련해, 비교적 먼 자리에 있는 팬들과도 가까이에서 호흡했다. 무대 바로 앞 R석에 있던 관객들은 꽃 모양 머리띠를 쓰고 아이유를 반기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따뜻하게 물들였다.
이를 본 아이유는 “이렇게 가까이 올 줄은 모르지 않았나. 그런데 팬분들의 이벤트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너무 멀어서 한 번쯤은 이렇게 가까이 오고 싶었다. 오는 게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한 번 오면 뽕을 뽑고 가야 한다”고 말해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3부는 '아이유와 사랑에 빠질 시간'이었다. 그는 ‘하바나(Havana)’, ‘너의 의미’, ‘밤편지’,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 등 잔잔하고 감미로운 곡들로 무대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바꿨다.
이어 4부에서는 ‘쇼퍼(Shopper)’, ‘비밀’,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등 감성과 메시지가 어우러진 무대로 진한 여운을 남긴 채 무대에서 퇴장했다.
아이유가 무대를 떠나자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치며 열기를 이어갔고, 이에 화답하듯 아이유는 ‘영웅적인’을 테마로 한 5부 무대로 다시 등장했다. ‘Shh..’, ‘스물셋’을 시작으로, 앙앙코르까지 이어진 무대에서는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 ‘가을 아침’, ‘언럭키(Unlucky)’, ‘홀씨’, ‘있잖아’, ‘여름밤의 꿈’ 등 총 30곡에 달하는 세트리스트를 선보이며, 약 3시간 동안 황홀한 음악 여정을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공연 말미 아이유는 “오늘이 아이유 단독 공연 100회 차 되는 날이라고 한다. 거짓말 같지 않느냐. ‘상암에서 많은 분들을 모시고 대대적으로 하는 날 어떻게 100번째냐’고 했는데 진짜라고 하더라. 팬분 중 한 분이 세어주신 거 같다”며 “우리 엄마도 안 세어보는데, 어떻게 보면 부모님 이상의 애정일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그걸 발견한 분에게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부모님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수준으로 감사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저를 어느 정도로 사랑하고 지켜봐 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알게 됐다. 앞으로 몇백 번을 더 해야 가수 인생이 끝날지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해보겠다. 세어주신 분도 힘 닿는데까지 세달라. 또 기념할 만한 숫자에 다다르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5개월간 이어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이번 공연에서 아이유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무대에 쏟아부었다. 흔들림 없는 탄탄한 라이브 실력은 물론, ‘상암벌’ 하늘을 수놓은 드론쇼와 플라잉 퍼포먼스 등 화려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여기에 팬들을 위한 방석과 망원경 선물까지 준비하며, 끝까지 세심한 배려심을 잊지 않았다.
일각에서 우려를 표했던 서울 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인지, 잔디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아이유 측은 사전에 안내받은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철저하고 엄격하게 준수함은 물론, 전 스태프를 대상으로 숙지하고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행동 강령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하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이로써 아이유는 2022년 잠실 주경기장에 이어, 여성 뮤지션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 무대에 입성하며 또 한 번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그 누구도 쉽게 걸을 수 없는 길을 걸으며, 아이유만의 방식으로 역사를 만든 것. 100회를 넘어, 이제는 200번째 아이유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