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닿아도 고통스러운 대상포진…“백신 정부보조금이 필요하다”
2024-10-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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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환자 수는 약 75만명
바람만 닿아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로 유명한 질환인 '대상포진' 환자 83%가 재발 방지용 백신 접종을 원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 연구팀은 국내 50세 이상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 결과, 모든 환자가 통증을 경험했으며, 10명은 통증 수준을 10점 만점에 8점 이상으로 평가했다. 환자들은 급성기 동안 하루에 1시간마다 약 3번의 통증을 경험했으며, 급성기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됐다.
3명의 환자는 후유증으로 시각 문제와 코 괴사를 겪었다. 대상포진으로 인해 사회적 활동, 수면, 취미 생활 등 일상생활이 어려워졌고, 피로와 불안이 쌓여만 갔다.
송준영 교수는 "진료실에 오는 환자 중 수면제 등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는 이들도 많고,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며 "환자들은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알기 때문에 접종을 원한다. 이번 연구는 심층 소규모 연구지만, 향후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각국은 생백신에 이어 차세대 백신으로 등장한 유전자재조합 백신의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국내 도입된 유전자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만 50세 이상에서 97%, 70대 이상에서도 91%의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유전자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백신과 달리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의 단백질 성분인 당단백질E와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면역증강제가 결합한 방식의 백신으로, 면역저하자에게도 접종 가능한 유일한 백신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국가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국가예방접종(NIP) 도입을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송 교수는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유전자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의 가격이 비싸더라도 예방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비용 효과성 높은 백신으로 보고, 우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격 장벽에도 불구하고 대상포진에 걸렸거나, 환자를 봤었다면 백신을 접종한다. 대상포진 백신은 매해 접종하는 게 아니라 한 번만 맞으니, 비싸다고 볼 수 없다"며 "고령층을 위해서는 백신에 대한 정부 지원이나 보조금 제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에 걸린 경험이 있는 사람의 신경에 잠복해 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돼 발생한다. 통증과 함께 줄무늬 모양의 발진과 수포가 생기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발병률이 높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환자 수는 약 75만명으로, 50대 이상이 전체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