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지 않아요” '스승의 날' 앞서 선생님에게 편지 쓴 학생들

2019-05-15 09:40

add remove print link

청소년 단체, 학생들 경험담은 편지 모아 SNS에서 공유해
10대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은 폭력, 성희롱 경험담 나눠

스승의 날이 오기 전 '선생님에게 감사하지 않다'를 주제로 편지를 쓴 학생들이 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은 지난달 4월 24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스승의 날 맞이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하 청페모)은 10대 청소년들이 만든 단체다.

'청페모'는 캠페인에 앞서 인스타그램에 편지쓰기 캠페인 공지를 올렸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우리는 감사하지 않습니다" 편지 쓰러가기→ bit.ly/nogamsa 스승에게 감사를 전하는 #스승의날, 그러나 #스쿨미투 고발을 한 나는, 성평등한 학교를 지지하는 나는 다른 말을 하고 싶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자신이 만났던/만나고 있는 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전해주세요. 기록해주신 편지 내용은 재구성을 거쳐 청페모 SNS 계정에 공개되며, <그것은 교권이 아니다> 토크 콘서트 당일 행사장 공간에 전시될 예정입니다. *토크콘서트도 참여할래요! → bit.ly/511youthfemi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youth.feminist)님의 공유 게시물님,

'청페모'가 올렸던 '스승의 날 편지쓰기 캠페인' 공지

이 글에는 청페모가 이런 캠페인을 시작한 취지가 적혀 있다. 청페모는 "스승의 날은 스승에게 감사를 전하는 날"이라면서 "성적으로 평등한 학교를 위해 다른 말을 해보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만났던, 혹은 만나고 있는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라고 했다.

청페모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편지 24통을 모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편지에는 "대학 시절 밥 사달라는 후배 여성에게 '열 달 동안 배부르게 해줄까?'라고 말한 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수학 선생님, 소름 끼친다", "우리가 화장하면 '다방 나가는 여자들 같다'라고 하셨던 선생님이 기억난다", "교복 치마가 짧다고 반 앞에 줄 세워서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렸던 학생주임이 생각난다" 등 학생들이 겪었던 일이 담겨 있다.

한 학생은 "남고를 다니면서 참 많은 폭력을 경험했다"며 "몸이 아플 때도 '남자가 약한 척 한다'는 말을 들으며 강제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청페모'에게 보낸 편지 내용 /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페이스북
한 학생이 '청페모'에게 보낸 편지 내용 /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페이스북

'청페모'는 이 편지들을 모아 지난 11일 서울 합정역 카페 '담다'에서 '그것은 교권이 아니다'라는 행사를 열었다.

참석한 학생들은 자신이 쓴 스승의 날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자리엔 교사도 함께했다.

청페모는 "우리가 쓴 편지가, 우리에게 혐오와 차별을 가르쳤던 교사들에게 닿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셔터스톡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