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요즘 뭐 힘든 일은 없니?” 18년 넘게 '육아일기' 쓴 '딸바보' 아빠

2019-06-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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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 사소한 것까지 일기로 남긴 사연
“딸들이 시집갈 때까지 계속 일기를 쓰고 싶다”

이하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두 딸 성장과정을 18년이 넘도록 육아일기로 쓴 아빠가 있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에는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왔던 사연을 편집한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방송은 지난 2017년 4월 6일에 방송됐다. '우와한 비디오'에 공개돼 조회수 1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이현수(53) 씨다. 그가 쓴 육아일기 첫 장에는 "별빛보다 더 맑은 까만 눈을 가진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다"라고 쓰여 있다.

이 씨는 "첫 딸이 태어나던 순간 느꼈던 감격을 잊고 싶지 않아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방송 당시 큰 딸 이다은 양은 18살, 작은 딸 이경은 양은 13살이었다.

이 씨는 큰 딸이 태어났던 지난 2000년 4월 22일부터 육아일기를 썼다. 그는 지난 2005년 11월부터는 작은 딸 육아일기도 썼다.

이 씨는 매일 한두 페이지씩 꾸준히 썼다. 그렇게 모인 육아일기가 1만 페이지 정도다. 육아일기 제목은 '여기는 행복한 아빠 랜드'.

이 씨는 딸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을 모두 기록했다. 일기에는 딸들의 초등학교 입학식, 작은 딸이 처음 깎은 연필 사진,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처음으로 성공한 날까지 기록돼 있다.

제작진이 이 씨에게 "사소한 것들을 모두 기억했다가 쓰셨던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때그때 특이할 만한 사항들을 메모해뒀다가 쓰는 거죠"라고 답했다. 실제로 아빠는 빼곡히 메모했던 수첩도 간직하고 있었다.

이 씨는 육아일기에서 딸들을 '큰 별', '작은 별'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이 씨는 "큰 딸 유치원 때 남자친구 얘기도 있다"고 했다. 해당 일기에는 "설렘 속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간이 다가올수록 '어머 어쩌나' 하며 부끄러움 드러내던 큰 별"이라고 쓰여 있다.

아빠와 함께 일기를 보던 큰 딸은 한 일기를 발견하곤 "이건 진짜 안돼"라고 공개를 말렸다. 그 일기엔 큰 딸에게 처음 여드름이 났던 사진과 글이 실려 있었다. 이 씨는 이 사진과 함께 "이마에 핀 청춘의 꽃"이라고 써두었다.

영상에서는 이 씨가 딸 친구들에게 딸에 관해 묻는 장면도 담겼다. 그는 "딸에게 (내가 모르는) 힘든 일은 없니?"라고 물으며 메모했다. 이 씨는 딸 담임선생님과 면담하거나 딸 일기장을 보며 '딸들의 고민'을 알려고 노력했다. 두 딸은 "아빠가 일기장 보시는 건 저희가 허락했어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직장에서도 틈틈이 딸들 생각을 했다. 그는 11시 10분이 되자 작은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작은 별아, 아빠가 휴게시간에 잠깐 쉬다가 시계를 본 거야. 앗! 그런데 11월 10일 네 생일이 떠오르는 거야. 아빠에겐 11과 10이 가장 큰 숫자라는 거 아니? 아빠 마음이 시시때때로 네게로 향하고 있다는 거야"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작은 딸은 "아빠가 시계를 볼 때 내 생각 하는지는 몰랐어. 나도 아빠 생각 자주 나는데. 고마워"라는 답장을 보냈다.

아빠는 "두 딸이 시집갈 때까지 이 일기를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12년 11월 29일 쓴 육아일기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칭은 '아빠'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