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조카와 게임하던 흑인 총으로 쏴 죽인 백인 경찰

2019-10-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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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린 것 발견하고 걱정한 이웃 신고가 비극으로 이어져
경찰은 “위협 감지해 발포했다”는 납득 불가 해명만

미국 텍사스 자택에서 조카와 게임을 하던 흑인이 백인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CNN 등 현지 언론이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희생자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거주하는 아타타티아나 제퍼슨이란 28세 여성이다. 제퍼슨은 12일 새벽 2시 25분쯤 여성과 함께 자택 침실에서 8살 조카와 함께 비디오게임을 하다 경찰 총에 맞고 숨졌다.

경찰은 이웃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제임스 스미스라는 이름의 이 이웃은 제퍼슨의 집 문이 열려 있는 걸 수상히 여겨 경찰을 불렀다. 이웃 안전을 걱정한 행동이었지만 비극으로 이어졌다.

희생자 아타티아나 제퍼슨 페이스북
희생자 아타티아나 제퍼슨 페이스북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뒤뜰로 집에 진입했다. 손전등을 켜고 어두운 집을 살피던 경찰은 침실 유리창 너머에 있던 제퍼슨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관은 손을 들라고 소리치다가 이내 총을 발사했다. 제퍼슨이 총에 맞을 때는 8살 조카도 방에 함께 있었다

경찰관이 집에 진입해 제퍼슨에게 응급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포트워스 경찰서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휴직 상태로 전해졌다.

포트워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위협을 감지했기 때문에 총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이 공개한 바디캠 영상으로 집 내부에 총기가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말한 위협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공개된 영상은 편집된 상태이며, 대부분 장면이 블러 처리 돼있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포트워스 경찰이 공개한 바디캠 영상
포트워스 경찰이 공개한 바디캠 영상

포트워스 경찰 측은 기자회견에서 발포 당시 제퍼슨이 총을 들고 있었냐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제퍼슨 측을 대변하는 인권 변호사 리 메리트는 "총기 소유는 비도덕적 행위도 불법 행위도 아니"라며 "총기가 경찰 발포를 유발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포트워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있지만 이웃들과 지역 활동가들은 반대하고 있다. 리 메리트도 "경찰관을 해고하고 다른 수사기관이 그를 독립적으로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비극의 계기를 만든 이웃 스미스는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잘못처럼 느껴진다"며 "내가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무고한 흑인 시민을 숨지게 하는 사건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2일에는 앰버 가이거라는 경찰관이 지난 9월 흑인 남성 보덤 진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가이거는 당시 아파트 층수를 착각해 보덤 진의 집을 자신의 집으로, 보덤 진을 침입자로 오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