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풀인 줄 알았는데… 들판에서 자라 특허까지 받은 '한국 나물'
2025-03-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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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기록될 만큼 맛과 효능이 뛰어난 '한국 나물'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나물이 봄바람과 함께 찾아왔다. 데치거나 볶으면 그 맛이 일품인 '쑥부쟁이'에 대해 알아보자.

쑥부쟁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널리 퍼져 있다. 키는 30~100cm 정도로 자라고, 뿌리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어가는 게 특징이다.
이 식물은 산기슭, 들판, 밭둑, 숲 가장자리처럼 약간 습한 곳을 좋아한다.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괜찮은 토양이라면 어디서든 잘 자라는데, 추위와 건조에도 강해 생명력이 질기다.
봄에 싹이 트기 시작할 때는 붉은빛을 띠지만, 자라면서 녹색 바탕에 자줏빛이 감돈다. 잎은 피침형으로 어긋나게 나고,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꽃은 7~10월에 피고, 줄기 끝과 가지 끝에 하나씩 달린다.
쑥부쟁이를 보면 그 색감과 향이 눈과 코를 사로잡는다. 꽃은 자주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뤄 시선을 끌고, 잎과 줄기에서는 은은한 쑥 향이 난다.
맛은 어떨까. 어린순을 먹어보면 부드럽고, 약간 쌉쌀한 맛이 느껴진다. 쑥갓과 비슷한 향이 나면서도 더 야생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 맛 때문에 예부터 나물로 즐겨 먹었다. 데치거나 볶으면 쌉쌀함이 줄고, 담백한 풍미가 살아난다.

쑥부쟁이는 약재로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쑥부쟁이가 해열, 기침, 가래, 염증 완화, 해독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감기, 기관지염, 편도선염, 유선염 같은 질환을 다스리는 데 쓰였고, 염증으로 생긴 종기 치료에도 활용됐다. 현대 연구에서도 이 효능이 눈에 띈다.
지난해 국립생물자원관은 쑥부쟁이의 항염과 항산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울릉도에서 자라는 추산쑥부쟁이 추출물이 염증을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생성을 100%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70% 이상 제거한다고 밝혔다.
추산쑥부쟁이는 야생에서 씨앗으로 번식하지 못한다. 2022년 국립생물자원관은 줄기와 잎을 활용한 대량 증식법을 개발해 이 식물을 보존하고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추산쑥부쟁이 추출물의 항염, 항산화 효과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처럼 쑥부쟁이는 지역 특색을 가진 변종으로도 눈에 띈다. 또 다른 변종인 단양쑥부쟁이는 충주 수안보에서 1937년 처음 발견된 한국 고유종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속한다. 이 식물은 강가 모래밭이나 자갈밭에서 자라고, 키가 40~100cm까지 큰다.
쑥부쟁이는 어린순을 나물로 무쳐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봄에 새로 나온 쑥부쟁이 순을 채취해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1~2분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고, 소금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로 무친다. 데치는 시간을 너무 길게 잡으면 질감이 물러지니 주의해야 한다.

볶는 요리도 인기다. 데친 쑥부쟁이를 팬에 넣고 기름 1큰술, 간장 1큰술, 다진 파 1큰술과 함께 2~3분 볶으면 된다. 불을 약하게 유지해 타지 않도록 신경 쓴다. 쑥부쟁이는 쌉쌀한 맛이 강하지 않아 다른 나물과 섞어도 잘 어울린다. 고사리나 취나물과 함께 무쳐 먹으면 풍미가 더욱 깊다.
다만, 쑥부쟁이를 야생에서 채취할 때는 비슷하게 생긴 식물과 혼동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미취나 참취는 잎 모양이 쑥부쟁이와 비슷하지만 향과 맛이 다르다. 쑥부쟁이는 쑥갓 같은 향이 나지만, 개미취는 더 강한 풀내음을 풍긴다. 구분하기 어려울 때는 마트 또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쑥부쟁이는 봄철 어린순을 채취하는 게 가장 좋다. 싹이 나오는 3~4월에 뜯으면 맛과 질감이 부드럽다. 꽃이 피는 7월 이후로는 줄기가 질겨져 먹기 힘들다. 뿌리째 뽑기보다 줄기를 손으로 꺾거나 가위로 자르는 편이 낫다.
뿌리를 남겨두면 다음 해에도 다시 자라 수확을 이어갈 수 있다. 산나물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산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경을 해치지 않으려면 한꺼번에 많이 뜯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채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봄이면 산과 들에서 쉽게 마주치는 쑥부쟁이는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해온 식물이다. 들판에 피어 있는 모습은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입맛을 돋우는 맛이 숨어 있다. 산책 중 자줏빛 꽃이 눈에 들어온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향기를 맡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