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MZ세대가 기억에도 없는 뉴트로를 추억하는 이유

2021-03-24 12:26

add remove print link

지금 기업의 최대 히트 키워드 ‘레트로, 뉴트로’
MZ세대는 왜 태어나기도 전의 옛날을 좋아할까

Article by Brandup Studio(브랜드업 스튜디오 제공 기사)

셔터스톡
셔터스톡

‘뉴트로(New-tro)’의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뉴트로’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로, 복고가 현재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유행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MZ세대는 그들이 어린 시절 접해볼 수도 없었던 훨씬 옛날의 것에 열광하고 있다. 잠시의 유행처럼 지나갈 거라 여겼던 이 현상은 놀랍게도 거의 5년 이상 계속되고 있고, 기업은 이러한 그들의 니즈에 따라 다양한 뉴트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 제공

1. GS25의 ‘럭키 브랜드’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금성 맥주에 이어 다시 한번 LG와 손을 잡았다. GS리테일이 금성 맥주에 이어 부활시킨 브랜드는 1940년대를 대표했던 ‘럭키’다. 럭키는 생활용품을 판매했던 LG화학의 옛 브랜드로, 이번 콜라보는 럭키 크림, 럭키 향수, 럭키 치약, 럭키 칫솔, 럭키 비누, 럭키 물티슈 등 총 6종이다. 패키지에 당시의 로고를 활용함으로써 색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한편 GS리테일이 지난 9일 출시한 금성 맥주는 출시 2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 캔을 넘어서는 등 엄청난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KT샵 제공
KT샵 제공

2. KT의 ‘카세트 플레이어’

KT는 버튼을 앞뒤로 누르며 카세트 테이프를 플레이하던 추억을 소환한다. 자사 공식 온라인몰 ‘KT샵’에서 뉴트로 감성의 카세트 플레이어 ‘KASSETTE’ 사전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아이즈원, EXO 백현, NCT 도영 등 MZ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이 90년대 명곡을 재해석한 앨범이라고. 뉴트로 콘셉트에 맞게 CD가 아닌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했다.

해당 상품의 구성은 카세트 테이프 앨범, 아티스트의 포토 카드와 단체 포스터, 캘린더, 노트 굿즈 등이다. EXO 백현과 NCT 도영의 사인 폴라로이드와 아이즈원 사인 엽서 응모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이며, 사전 예약 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 제공

3. 에버랜드의 ‘자연농원’

한때 ‘에버랜드’보다 ‘자연농원’이 더 익숙한 사람은 구세대라는 테스트가 있었을 정도로, 자연농원은 7080세대들에게는 최고의 놀이 공원이자 테마파크였다. 자연농원은 이후 국내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로 변신했고, 에버랜드는 벌써 개장 45주년이 되었다. 이를 기념해 에버랜드에서는 ‘자연농원 오마주 가든’을 선보인다. ‘자연농원’은 에버랜드의 옛 이름으로, 튤립 가득했던 그 당시 자연농원 시절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자연농원 오마주 가든은 에버랜드의 대표 정원인 포시즌스 가든에 자리 잡았으며, 이외에도 추억 속 오브제를 활용한 스페셜 포토존 등 다양한 레트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보통 ‘뉴트로’는 과거의 기억에 기반을 둔다. 즉, 옛날에 경험했던 것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보는 일종의 ‘추억 팔이’다. 하지만 지금의 ‘뉴트로’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MZ세대다. 그렇다면 MZ세대는 왜 본인의 추억이 깃들지도 않은 레트로 콘텐츠에 스며드는 것일까?

유튜브에 '무야호 리믹스'를 검색했을 때 / 유튜브
유튜브에 '무야호 리믹스'를 검색했을 때 / 유튜브

MZ세대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재가공하고 소비해왔다. 현재 유튜브 공간에서 꾸준히 유행하는 ‘밈(Meme)’ 영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무한도전을 포함한 예능 레전드 장면이나 추억의 만화 ‘아기 공룡 둘리’, ‘짱구는 못말려’, ‘검정 고무신’ 등은 이미 그들만의 밈으로 소비되고 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자신의 추억은 더 이상 자극을 주지 못한다. 이는 비교적 최근의 콘텐츠로, 접근성이 좋아서 언제든지 능동적으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MZ세대가 접해보지 못한 과거의 콘텐츠는 스스로 생산할 수 없으며, 무엇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역설적이게도 지금 MZ세대에게 새로운 자극은 바로 복고 콘텐츠다. 게다가 이런 ‘뉴트로’ 콘텐츠는 실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지긋지긋한 디지털 피로감과는 다른 해방감을 준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팬데믹이라는 환경적 영향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트렌드를 이끌어야 할 문화 산업 대부분이 멈춰 있는 상태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은 리스크가 따르며, 가공이 쉽고 MZ세대도 좋아하는 ‘뉴트로 시장’을 계속해서 공략하는 것이다.

복고의 유행은 불경기 현상의 하나로 해석되곤 한다. 인간은 현실이 암담할 때 찬란했던 과거를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뉴트로’ 열풍은 젊은 세대가 선도하고 있지만, 기성세대 역시 이 흐름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힘든 나날이 이어지는 지금, ‘뉴트로’라는 트렌드는 계속해서 이어지며 신세대와 구세대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다. 뉴트로는 이제 단순히 ‘이전의 것을 추억하거나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감각과 스타일로 재탄생한 ‘지속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home 허주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