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논란' 도둑 뇌사 사건 판결문 주요 내용

2014-10-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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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lickr.com]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뇌사에 빠뜨린 20대 청년에게

[사진=flickr.com]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뇌사에 빠뜨린 20대 청년에게 징역형이 선고돼 논란이 인 가운데, 해당 사건의 판결문 일부가 공개됐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박병민 판사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3월, 새벽에 귀가하던 최 씨는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온 김 씨를 발견하고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 김 씨가 도망가려하자 최 씨는 그의 뒤통수를 발로 여러 차례 찼다. 이후 주위에 있던 빨래 건조대와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김 씨의 등을 수 차례 때렸다.

김 씨는 응급실에 후송됐고,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박 판사는 "절도범인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아무런 저항없이 도망가려고 했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시했다.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인 최 씨는 11월,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판결문 주요 내용이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4. 03. 08. 03:15경 자신의 주거인 ***에 귀가하여 문을 열자 거실에 서서 서랍장을 뒤지며 절취품을 물색하던 피해자 ***을 발견하고는 “당신 누구야?”라고 말한 뒤, 피해자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수 회 때려 넘어뜨리고, 피해자가 넘어진 상태에서도 계속하여 도망을 하려 하자 피해자가 팔로 감싸고 있던 뒤통수를 수 회 차고, 뒤이어 위 주거지 거실 내에 놓인 위험한 물건인 빨래 건조대를 집어들고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 회 때린 뒤, 피고인의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 회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에게 치료기간을 알 수 없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정당방위 여부 판단]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사건 당일 새벽 3시 무렵에 귀가하였는데, 불을 켠 상태에서 절취품을 물색 중인 피해자를 발견하고 피해자를 제압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때려눕힌 사실, 당시 피해자는 흉기 등을 전혀 소지하지 않았고 피고인을 만나자 그냥 도망가려고만 했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계속 피고인을 피해 도망가려고 하자 쓰러져 있던 피고인의 머리 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걷어차고, 주위에 있던 빨래 건조대로 등 부위를 가격하였으며, 허리띠를 풀어 피해자를 때린 사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의식을 잃어 응급실에 후송되었고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사실(앞으로도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이 이와 같이 절도범인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아무런 저항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방위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거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양형의 이유] 피해자가 새벽에 피고인의 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훔치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체포하기 위한 과정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 등을 심하게 때려 피해자를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이 사건 범행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절도범이라는 사정을 아무리 고려하더라도 그 비난가능성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피해자의 보호자 역할을 한 피해자의 형은 피해자의 병원비(당시 2,000만 원 이상) 등에 책임을 느끼고 이 사건 이후 자살을 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유족인 조카 ***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함이 불가피하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