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적 남성'으로 태어난 여성, 쌍둥이 출산 성공

2015-02-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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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유전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생식 기능이 없었던 여성이 쌍둥이를 출산했다.영국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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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생식 기능이 없었던 여성이 쌍둥이를 출산했다.

영국 데일리 미러(Daily Mirror)는 영국 베드퍼드 출신 여성이 체외 수정으로 '특별한 출산'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헤일리 헤인스(Hayley Haynes)는 안드로겐 저항 증후군을 앓고 있다. 안드로겐 저항 증후군은 남아 2만~6만 4000당 1명꼴로 나타나는 유전 질병이다. 외부성기는 완전한 여성형으로 나오게 되며 난소, 난관, 자궁은 존재하지 않는다.

헤인스는 19살이 될 때까지 월경을 겪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XY 염색체를 지니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헤인스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의사가 나에게 자궁이 없다고 말했을 때 너무 혼란스러워 토할 것 같았다. 내 가장 큰 공포는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며 "마치 '반만 여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남자를 사귀며 '사실 난 유전적으로 남성이야'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헤인스가 자신이 유전적 남성이라고 밝힐 수 있었던 남자는 한 명뿐이었다. 16살 때부터 친구로 지내온 샘(Sam)으로, 샘은 이후 헤인스의 남편이 됐다.

샘은 "당시 헤일리가 '이제 어떤 남자도 날 원하지 않을거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함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는 모두 널 원할거야'라고 말해줬다. 그때는 그저 친구로서 말한 거였지만, 그 남자가 내가 된 것이 참 로맨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인스 가족. 헤일리(왼쪽)과 샘(오른쪽)이 아이들을 안고 있다. / SWNS]

'유전학적 남성'으로 아이에 대한 희망을 버린 헤인스에게 희망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로얄 더비 병원(Royal Derby Hospital) 전문가는 헤인스에게 지난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아주 작은 자궁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체외 수정 가능성이 생기며 헤인스는 호르몬 치료로 자궁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마침내 자궁이 체외 수정에 맞춰 준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그 이후도 순탄치 않은 여정이 이어졌다. 영국 국민의료보험은 헤인스 체외수정을 지원할 수 없다고 결정내렸고, 1만 500 파운드(약 1744만 원)에 달하는 시술비를 마련해야 했다.

체외수정을 위해 날아간 키프로스 클리닉에서는 임신 가능성은 60%에 불과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헤인스는 "당시 너무 긴장됐다. 정말 한번의 기회밖에 없었고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되풀이할 수 없었다. 난 정말 엄마가 되길 원했고 착상 가능한 난자가 없다면 미쳐버릴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일 뒤 헤인스는 난자가 성공적으로 착상해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임신 6주 뒤, 아이 하나가 아닌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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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헤인스는 에버리(Avery)와 달씨(Darcey) 자매를 순산했다. '유전학적 남성' 판정을 받은지 9년만의 일이었다.

헤인스는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었다"며 "지난 9년동안 내 품 안에 아이를 안는 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았다. 하지만 아이를 받아든 순간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 아이들을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돈을 썼다. 지갑만 텅 빈 것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지쳤다"며 "하지만 아이들을 한번 더 안아볼 수 있다면 다시 이 과정을 거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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