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영 웹툰에 등장한 앱, 작가 동의없이 출시?

2015-07-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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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에 나오는 '좋알람'(왼쪽)과 소개요에서 개발한 '좋아요 알람'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에 나오는 '좋알람'(왼쪽)과 소개요에서 개발한 '좋아요 알람' 앱 / 천계영 작가에게 이미지 사용 허가를 받음, 소개요 사이트 화면 캡처

어떤가. 두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가?

익명 고백과 소개팅 등 소셜 앱을 개발해온 '소개요'는 지난 4월 '좋아요 알람' 앱을 내놓았다. 좋아하는 사람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그의 반경 30m 안 쪽에 가면 그에게 익명의 알람이 울린다.

"두근두근. 30m 안에 1명이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 앱은 출시 2주 만에 다운로드 10만 회를 넘어서며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소개요 사이트 화면 캡처

"어, 이거 웹툰에 나왔던 거 아니야?"

구글 플레이 사이트 화면 캡처

사용자들은 '좋아요 알람' 앱 출시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함을 표현했다.

앱의 디자인, 이름, 용도까지 많은 부분이 유명 만화가 천계영 씨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에 등장하는 '좋알람' 앱과 비슷한 까닭이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화면 캡처(천계영 작가에게 이미지 사용 허가를 받음)

'좋알람'은 천 작가가 연재하는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끌어가는 핵심 소재다. 사용자 반경 10m 이내에 사용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알람이 울린다.

"지금 당신의 반경 10m 안에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좋아요 알람' 앱과 마찬가지로 익명이며, 따라서 사용자는 알람이 울려도 누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논란이 일자 다음카카오 측은 "'좋알람'의 디자인과 유사한 앱아이콘과 명칭으로 서비스 중인 앱들은 작가님의 동의가 선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만화속세상 서비스 담당자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공지를 띄웠다.

다음웹툰 화면 캡처

만화게시판 리스트 | Daum 만화속세상

이에 대해 소개요 측도 "일부 영감을 받아 개발한 것은 맞지만 관계가 없는 별개의 서비스"라는 공지 글을 올렸다.

소개요 사이트 캡처

하지만 여전히 사용자들은 천계영 작가 아이디어가 '좋아요 알람' 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저작권 위반 사례인지 궁금해 했다.

소개요 노재현 기획자는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익명 고백 서비스를 기획해오던 중 천계영 작가님 웹툰에 등장한 좋알람을 봤다. '이렇게 하니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저작권 이슈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화에 있는 것과 전화번호를 이용해 현실에서 사용하는 우리 앱은 다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 측이 '명칭과 디자인이 너무 겹친다'며 연락을 해서 함께 만난 적이 있다”고 이었다.

또 "다음카카오 측 요청에 따라 (좋아요 알람) 디자인이 한 차례 바뀌었다. 명칭은 쉽게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입장 차이를 확인한 후 현재는 다음카카오와 대화가 오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계영 작가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으로 '좋아요 알람' 앱 관련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소개요 측이 앱 소개 페이지에 천 작가 웹툰을 언급한 이미지도 함께 공개했다.

천계영 작가 페이스북 캡처

그는 "'좋알람' 모방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결국 상대방과 협의가 되지 않아 저의 입장을 다시 분명히 전하고자 이 글을 적는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사람의 마음과 위치 공개를 결부시킨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자의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가의 동의도 없이 작품을 가져다 쓰고는 사후에 문제가 되자 작가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라이센스를 달라고 요구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는 업체의 도덕성이 신뢰가 가지 않았다"며 "웹툰을 이용한 마케팅 중지, 앱 명칭 변경 이 두 가지 약속을 지켜달라"고 밝혔다.

천계영 작가가 올린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다음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의 작가 천계영 입니다.

그동안 ‘좋알람’ 모방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결국 상대방과 협의가 되지 않아 저의 입장을 다시 분명히 전하고자 이 글을 적습니다.

1. 사건의 발단

‘좋알람'은 저의 작품 [좋아하면 울리는]에 등장하는 가상의 어플 이름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감지하여 알려주는 이런 어플이 현실의 기술로는 아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 웹툰의 가장 큰 재미 요소입니다. (웹툰 링크)

http://m.webtoon.daum.net/m/webtoon/viewer/26927

2015년 4월19일. 해당 웹툰 20화를 시작으로 '좋알람 어플이 진짜로 생겼다'는 다수의 댓글이 회마다 계속 올라왔습니다.(캡쳐 보기)

http://kychon.tistory.com/85

구글플레이스토어에 가보니 ‘좋알람'을 모방한 어플이 출시되어 있었고 해당 업체는 자신의 어플을 [좋아하면 울리는]에 등장하는 ‘좋알람’ 같은 어플이라고 소개하며 작가 이름과 웹툰 링크, 심지어 작품 이미지까지 홍보에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첨부한 사진 참조)

2. 협의 불발

저는 곧바로 다음만화속세상 담당자를 통해 해당 업체에 항의하였습니다. 현재까지 20통 가까운 이메일이 오갔고, 다음만화속세상 담당자들이 직접 방문해 문제 제기도 하였으나 계속 상반된 입장이 반복되면서 협의가 불발되었습니다.

저의 요구는 단순하였습니다. 웹툰을 이용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중단하고 독자들이 저의 웹툰과 해당 어플을 연결하여 생각하지 않도록 어플 서비스의 유사성을 변경하고 특히 독자들이 혼동할 수 있으므로 명칭을 변경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업체는 “죄송하다, 작가님과의 연결 방법을 찾지 못하여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면서 처음에는 명칭과 로고를 바꾸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계속 죄송하다고만 하면서 오히려 저에게 라이센스를 달라고 요구하였고, 어플 명칭을 변경하지 않고 게다가 상표까지 출원하였습니다.

결국 변호사를 통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내용 증명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업체는 그제서야 다급하게 찾아와 이름을 바꾸겠다고 해 다시 쌍방 변호사들을 통해 협상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감정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항들에 대하여 그들도 요구를 포기하지 않아 결국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끝까지 그들이 보인 모습은 자신들의 잘못이 대중에게 알려지면 비난받게 될 것만을 두려워하고 이 모든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하여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 뿐이었습니다.

3. 작가의 입장

저는 웹툰 후기에 작가가 ‘좋알람’ 모방 어플에 대해 항의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좋알람’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댓글이 수백개가 달렸습니다.(캡쳐 보기)

http://kychon.tistory.com/86

해당업체는 본인들은 결코 웹툰에 와서 홍보 댓글을 단적은 없으며 이 모든 글들은 그저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글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더욱 문제가 크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글이라면 이미 작품 속의 ‘좋알람’과 현실의 모방 어플이 구분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과 위치 공개를 결부시킨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자의 도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가의 동의도 없이 작품을 가져다 쓰고는 사후에 문제가 되자 작가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라이센스를 달라고 요구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는 업체의 도덕성이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라이센스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그들은 자신들이 해당 어플의 성공으로 곧 거액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고, 글로벌로 진출해 회사를 1000억 규모까지 키울 것이며, 라이센스만 준다면 향후 회사지분의 15%까지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업체에 라이센스를 줄 수가 없습니다.

저는 곧 시즌3 연재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혼돈 상황에선 창작을 계속 하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한번 해당 업체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저의 웹툰을 이용한 마케팅을 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독자들이 웹툰 속 ‘좋알람’과 혼동할 수 있습니다. 어플 명칭을 변경해주시기 바랍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는 이 두가지를 일관되게 요구해왔습니다. 해당 업체가 이 두 가지만 약속해 준다면, 이후에 법적인 절차나 어떠한 비난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필요한 경우 그 동안 수집해온 각종 캡쳐 파일, 이메일, 녹취파일, 내용증명 등의 추가 자료도 모두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사태까지 이르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업체의 그 동안의 태도로 보아 이런 글조차 노이즈 마케팅의 기회로 삼으려 할지 모르겠으나, 모든 것을 감수하고 제 입장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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