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옮기는 도시 비둘기" 사실일까?

2015-08-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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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미디아 '푸드덕푸드덕' 날갯소리 하나만으로 소름을 유발하는 동물.

이하 위키미디아

'푸드덕푸드덕' 날갯소리 하나만으로 소름을 유발하는 동물. 바로 비둘기다.

세간에 '비둘기가 날개를 한 번 푸드덕거리면 이 100마리가 떨어진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비둘기는 깨끗하지 못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비둘기 분변은 비둘기에 의한 피해 중 하나로 꼽힌다. 도시민은 일상생활에서 비둘기 분변을 흔히 접한다. 이는 비둘기가 많이 몰리는 지하철 역사, 공원 벤치, 주차된 차량,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종종 발견된다. 트위터에 올라온 '비둘기 똥' 관련 사진이다.

비둘기 분변은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조류 전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상철 수의사는 비둘기 분변에 있는 '크립토코쿠스 곰팡이'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크립토코쿠스 곰팡이가 사람의) 뇌·신경조직 손상을 유발하고, 피부와 내장에 만성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캐나다에서 24세 여성이 크립토코쿠스 곰팡이로 인해 시력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이 여성은 집 다락방에서 대량의 비둘기 분변을 얼굴에 맞았고 몸속으로 균이 침투했다. 결국에는 뇌수막염에 걸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됐다. 병원에서 화학 치료를 받던 그는 면역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철 수의사에게 '크립토코쿠스 곰팡이'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얼마나 위험한지, 비둘기로 인한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생활 수칙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비둘기 속설'에 관한 질문도 건넸다.

'비둘기 똥'이 옮길 수 있는 크립토코쿠스 곰팡이

1. 크립토코쿠스 곰팡이란?

비둘기 분변에 존재하는 곰팡이 종류로 정식 명은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르만스다.

2. 비둘기가 사람에게 크립토코쿠스 곰팡이를 옮기는 경로는?

비둘기 배설물이 마르면 그 안에 크립토코쿠스균 포자가 형성된다. 이 포자가 공기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이 숨을 쉴 때 호흡기로 들어간다.

3. 사람에게 어떤 증상을 일으키나?

뇌·신경조직 손상을 유발해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피부의 특징적인 구진, 골수염, 화농성 관절염, 림프절염, 심내막염, 신농양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4. 어떤 사람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가?

면역체계 기능 이상이 있는 사람, 스테로이드 요법을 받거나 임파종양 환자, 장기 이식환자,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AIDS 환자 등에게 발병률이 높다.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도 위험하다.

5. 감염 사례는?

크립토코쿠스 곰팡이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 해수와 담수, 토양, 나무, 축산동물 및 조류 등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이론적으로 감염 가능성은 크나 아직 비둘기로 인한 감염 연구사례는 많지 않다.

6. 크립토코쿠스 곰팡이는 얼마나 위험한가?

신경계 감염은 재발이 흔하며 사망률이 높다. 재발률은 약 20%, 사망률은 약 25%다. 면역 억제 환자에서 주로 보이는 폐 크립토코커스증, 소아 중증 감염증의 가장 흔한 형태인 뇌수막염은 사망률이 50%에 이른다.

도시 비둘기와 질병

7. 도시 비둘기가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병은?

아토피를 포함한 각종 피부염, 비염과 폐렴의 호흡기 질환, 각·결막염과 같은 안질환, 장염 등이 있다.

8. 비둘기에 의한 질병 감염을 피하기 위한 생활 수칙은?

비둘기가 많이 모여있는 공원, 다리 밑에는 가급적 출입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둘기가 날갯짓하지 않게 자극하지 말고, 외출 후에는 손 씻기를 비롯한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한다.

9. 참새, 까치 등 다른 조류와는 달리 비둘기가 유해동물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참새와 까치도 비둘기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질병을 매개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둘기만큼 연구사례가 풍부하지 않다. 도심에서 무리 지어 생활하는 비둘기에 비해 직접적인 접촉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개체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기 때문이다.

도시 비둘기 속설, 사실인가?

10. '비둘기가 한번 날개를 푸드덕거리면 이 100마리가 떨어진다'?

물론 날갯짓을 하면서 몸에 붙어있던 이가 떨어질 수는 있는데 조금은 과장된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본 병원 비둘기 표본검사 결과에 따르면 외부기생충 감염률은 높은 편이나 마릿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한 개체에서 이가 100마리 이상 기생하면 그 숙주(비둘기)는 영양결핍으로 그 전에 폐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피부 상태가 심각한 비둘기에게서는 각질이 많이 날릴 수 있다.

도시와 비둘기, 공생 방법

11. 사람과 비둘기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

해외 성공 사례로 확인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먹이 조절이다. 먹이를 주는 것은 지역 내 비둘기 개체수 증가를 불러온다. 결국 먹이를 구하지 못해 도태되는 비둘기 수가 비례적으로 늘어난다. 비둘기 생태 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철저하게 처리하고 위생관리 및 환경개선을 통해 사전에 질병을 예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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