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서 낸 서울대 로스쿨 학생입니다" 전문
2015-12-05 14:31
add remove print link
wikimedia 사법시험을 4년 더 유지하자는 법무부의 발표 후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의

사법시험을 4년 더 유지하자는 법무부의 발표 후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자퇴서를 냈다는 서울대 로스쿨 학생의 글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신을 서울대 로스쿨 학생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 A씨는 지난 4일 네이트판에 "로스쿨 학생입니다. 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지난 3일 자퇴서를 냈다는 A씨는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에 할 말을 잃었다"며 "중고등학교 내내 4인 가족 건보료가 3만원을 넘어가지 못하던 가정에서 자랐다. 사법고시는 돈 없어서 엄두조차 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 제발 속지 말아달라"며 "없는 집에서 무슨 수로 사시를 보나요? 사람이 짧아야 삼년 간 길게는 10년 간 일 안하고 공부하는데 그 돈은 땅 파서 나오나. 저희 집은 제가 졸업이 일년이라도 늦어지는 걸 싫어했다. 가진 게 다행히 공부 열심히 하는 자식 뿐이라, 그 자식들이 빨리 돈 벌어야 해서"라고 전했다.
A씨는 "학비 이야기를 하는데, 저 3년 간 정확히 650만원 낸다"며 "학비보다 감사한 건, 생활비까지 대출이 된다는 거고, 3년으로 시한이 정해져 있어서 그걸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거다. 제 인생과 제 가족을 다 거는 모험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법시험은 오는 2017년 폐지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 법무부는 사법시험 폐지를 제10회 변호사시험이 실시되는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법무부 입장 발표 후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480명 가운데 464명이 자퇴서를 내는 등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회가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고 앞으로 학사일정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A씨가 남긴 글 전문이다.
어제부로 자퇴서를 냈던 서울대 로스쿨 학생입니다.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내내 4인 가족 건보료가 3만원을 넘어가지 못하던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학부 재학 시절, 사시 보고 싶다는 말 했다가 거기 고시촌에서 산다는데 돈은 어쩌니... 학원비랑 책값은 어쩌니... 만약 실패하면 어쩌니... 결국 돈 없어서 엄두조차 내보질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제발 속지 말아 주세요... 없는 집에서 무슨 수로 사시를 보나요? 사람이 짧아야 삼년 간 길게는 10년 간 일 안하고 공부하는데 그 돈은 땅 파서 나오나요? 학원비는 누가 빌려라도 주나요? 절대 못합니다. 저희 집은 제가 졸업이 일년이라도 늦어지는 걸 싫어했습니다. 가진 게 다행히 공부 열심히 하는 자식 뿐이라, 그 자식들이 빨리 돈 벌어야 해서요.
학교가 학원과 가장 다른 점은 교육과 동시에 기회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욕하는 고등학교도 감사하며 다녔습니다. 학교를 다녀야, 제가 공부할 공간이 생기거든요.. ... 법조인이 되는 길을 공교육에 넣지 않으면 없는 집 자식들은 절대 법조인이 될 수가 없습니다. 사시 비용보다 더 무서운 건, 실패했을 때 걷어줄 집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요. 그렇게 위험부담이 큰 선택을 어깨에 어머니, 아버지, 내 형제, 가족들을 얹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나요?
학비 이야기를 하는데, 저 3년 간 정확히 650만원 냅니다. 학비보다 감사한 건, 생활비까지 대출이 된다는 거고, 3년으로 시한이 정해져 있어서 그걸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거에요. 제 인생과 제 가족을 다 거는 모험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전액장학금 대상자도 아니에요. 저보다 어려운 학우들이 학년 별로 20% 넘게 있고 그 친구들은 로스쿨이 없었다면 사시는 도전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나라 최고의 금수저. 대한민국에 딱 3개 있다는 그 금수저의 총선 전략에 저희가 이렇게 당해야 하나요?
실력 이야기를 하시는데, 로스쿨 제도 특성상 사법고시를 붙고 연수원을 졸업한 사람들보다 갓 졸업한 학생들이 법학을 공부한 시간이 짧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로스쿨 재학생 대부분은 2009년도 이후에 대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입니다. 이미 대학 들어올 때부터 사시는 폐지 예정이었고 시간적으로 준비하기가 불가능한 학생들입니다. 그 동년배 집단은 처음부터 로스쿨을 준비했고, 각자 전공에서 수석씩은 하고 이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사시 붙을 실력이 없다니요. 그냥 한 세대가 다 실력이 없다는 말인가요?
네. 바로 그게 변호사협회에서 노리던 것입니다. 포화상태인 법조시장 유지를 위해 기성세대가 생각해낸 가장 좋은 방법이 청년의 시장 신규진입을 막는 거거든요. 그렇게 해서라도 '변호사님은 검사님이랑 부부동판 골프치시느라 바쁘시니' '사무장님께 말씀하라는' 그 기득권을 지키고 싶거든요. 변협은 이미 오래전부터 태스크포스 팀까지 만들어서 "사시 존치를 새누리당 당론으로 만들 것" "새민련은 친노 대 비노 구도를 이용할 것" "관악구 원룸상인들과 고시서점상인들 위주로 관악구 의원을 당선시킬 것" 등등 내부 지령을 내려서 활동해왔습니다. (자세한 건 기사 참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8&aid=0003556797) 지금 인터넷 기사들도 다 그런 물밑 작업으로 시작했던 겁니다.
국민을 그렇게 위하면 사법고시와 로스쿨을 병행하라는 의견도 보았습니다. 역시 변호사협회에서 바라던 바입니다. 그래야 적은 수의 사시출신 변호사에게 프리미엄을 유지하여 자기들을 차별화 시킬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의 법조계는, 사법연수원 성적이 평생 따라다니는 곳이었습니다. 그 성적대로 판사 법원 지역까지 정해지는 곳이거든요. 꼬리표 붙이면 끝이에요. 로스쿨=이류, 이러면 그냥 끝이라고요. 경쟁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일반 사기업을 생각하시면 안돼요... ... 오십세 육십세가 되어도 "연수원 수석 출신" "사시 차석 출신" 꼬리표로 먹고 사는 동네입니다. 그런 동네에도 로스쿨 이류 꼬리표를 붙이고 일을 하라는 건 일제시대에 조선인임을 이마에 써붙이고 일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확히는 사시와의 병행이 아니고 사법연수원과의 병행입니다. 사법연수원이 1년 1000명에게 붓는 880억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 아시나요? 1000명 중, 250명 정도는 판검사를 합니다. 공직에 가는 분들이야 세금으로 교육시키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750명은 변호사합니다. 이름있는 로펌들에 가서 억대 연봉 받기도 하고요. 그리고 대기업 변호하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안 드세요?
서울대 로스쿨 면접볼 때 교수님이 물어보시더군요. 여기 붙으면 부모님이 기뻐하실 것 같냐고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빨리 일하고 결혼하고 자리잡기만을 바라셔서 잘 모르겠다고.. 그런데 저는 이게 너무 하고 싶다고요. 그 부모님께 어제 법무부의 사시존치 유예 보도자료를 보여드렸더니 그러시더라고요. 말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랑한다고요. 이 분들이 빽 써서 법무부 하루만에 태도 바꾸게 만든다는 그 학부형입니다.
동기들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로서는 문 좁은 게 좋지만, 변호사 정말 많아지고 접근 가능성 쉬워져야 하는 것 맞다고요. 법을 배우면 배울수록 변호사 선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당하기가 너무 쉽다는 걸 느낀다고요.. 바꿔야 한다고요.. 저희가 그 꿈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